책 오래가는 UX 디자인의 다음 강의를 준비하면서 예전에 책을 준비하면서 했던 고민을 다시 하고 있습니다.

> 과연 UX 강의, 교육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가?

도널드 노먼의 정의대로 UX 디자인을 사용자가 사용하는 제품, 서비스, 시스템과 그것을 만드는 회사와 상호작용하는 모든 측면을 디자인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UX 디자인 강의는 범위가 너무 넓어집니다. UX 디자인 강의에 UI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콘텐츠 디자인부터 마케팅, 전략기획, 서비스 디자인, 경험 디자인까지 모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넓게 생각하면 너무 넓어지고 또 범위를 좁히자면 정확히 무엇을 해야할지 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UX를 내세우는 교육 과정을 살펴보면 정말 다양한 주제의 강의가 있습니다. 거의 UI에 가까운 애플리케이션 화면 설계 강의부터 예전에 전략기획 분야에서 사용하던 기법을 소프트웨어 설계에 적용하는 UX 강의까지.. 강의 하는 사람도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서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고 듣는 사람은 안그래도 헷갈리는 UX 관련 논의에 답을 찾으러 왔다가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다음부터는 UX 관련 논의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되는 ‘UX 피로감’을 겪게 되는 것 같습니다.

기획자, UX 실무자를 대상으로 6시간을 이야기 할 때 무슨 이야기를 해야 제대로 된 UX 강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책의 목차를 만들고 내용을 적는 과정에서 이미 비슷한 고민을 했지만 책은 하나의 콘텐트로 여러 그룹을 만족시켜야 하므로 정확하게 내용을 한정하기 어렵지만 교육은 듣는 사람이 정해지면 그에 맞게 주제를 정할 수 있으니 상황이 다릅니다. 기획자를 위한 UX, 개발자를 위한 UX, 디자이너를 위한 UX 강의는 분명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UX 강의에 필요한 내용은 세 가지 관점에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현업에서 필요한 지식
    UX 강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현업에서 UX 관련 일을 하거나 하려고 하는 사람일테니, 그러면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UX 관련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이것은 전달하는 사람의 관점입니다.
  2. 사람들이 UX 강의에 기대하는 내용
    그 다음으로 전달하는 사람은 강의를 듣는 사람이 UX 강의에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맞춰서 내용을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UX 강의가 모바일 앱의 구체적인 기획과 관련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온 사람들에게 UX의 정의와 관련 조직 구조를 열심히 소개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3. UX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
    UX를 주제로 인터페이스 설계와 전략 기획, 심리학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어떤 내용은 다른 주제를 이야기할 때 언급되지 않고 UX 강의에만 포함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UX 강의에는 UX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어느 정도는 포함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2번의 사람들의 기대 수준을 조절하는 방법으로는 강의 과정을 명확하게 알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혹시나 전혀 다른 생각으로 오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게 주의하고 충분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업계에서 지키는 관례(UX 강의는 대략 어떤 내용이라는 식) 같은 것이 생기면 막연히 다른 기대를 하게 되는 상황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3번에 소개된 UX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은 .. 디자인과 심리학의 경계에 있는 주제나 UX 관련 조직과 실무 내용 등이 될 것 같습니다. 디자인 원칙과 그 심리학적 기반을 설명하고 이를 적용해서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 테스트 등으로 검증하는 사례는 아마 UX 강의에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UX 강의에서만 들을 수 있는 내용이라고 하기엔 주제가 애매하네요. 그보다 다양한 학문 분야의 교차점에서 디자인을 진행하는 시도와 사례를 알려준다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으로 1번 전달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UX를 소개할 때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옳은지 객관적인 자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현업에서 필요로 하는 UX 관련 지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기업에서 UX 담당자에게 요청하는 자질을 파악하는 가장 좋은 자료로는 구인 공고를 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국내외의 주요 기업에서 UX 관련 조직 구인 공고를 찾아봤습니다.

  • 구글 코리아
    • 구글 코리아는 마케팅, 제휴 관련 담당자를 주로 뽑고 있습니다. 인터내셔날 페이지를 찾아봐도 딱히 UX 관련 공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 페이스 북
    • 페이스북 본사 구인 공고를 찾아보니 UX 연구원을 뽑는데, 연구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사용자 관찰과 빅 데이터 수집, 분석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뭔가 순수한 UX 디자인 업무 보다는 연구/조사에 치중된 느낌이 듭니다.
  • 삼성전자
    • 삼성전자를 찾아보니 구인 공고는 지원자가 등록해두면 회사에서 수시로 뽑는다는 식이네요. 관련 정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네이버
    • 네이버는 예전에 UX, 웹기획 분야의 꽤나 구체적인 공고가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는 구인 공고가 없습니다.
  • 애플
    • 결국 이번에도 UX 디자이너 채용 공고는 애플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되도록 애플 이외의 사례를 찾으려 하는데 이 분야의 사례는 어쩔 수 없이 애플을 쓰게 되네요.. ^^

 

그러면 애플의 구인 공고를 기준으로 UX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을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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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bs at apple

위의 내용을 주요 사항 중심으로 살펴보면 애플은 경력 UX 디자이너의 업무와 교육 요구 사항으로 다음과 같은 자질을 말하고 있습니다.

애플 UX 디자이너 – 업무 소개(Desctiption)

  • 디자인에 관한 열정, 미적 감각 필요
  • 디테일에 관한 시각, 복잡한 문제에 쉬운 답을 찾는 능력 필요
  • 인터랙션 디자인, 비주얼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기술이 있으면 좋음
  • 뛰어난 문제 해결 능력, 빠른 학습 능력, 찾아서 일하는 능력, 의사소통 능력 필요
  • 브레인 스토밍에서 구현 단계까지 디자인 팀의 멤버로 엔지니어, 마케팅, QA 그룹과 협업 진행
  • 단순하고 우아하고 유용하면서 아름답고 접근이 쉽고 즐거운 제품을 만들려는 열정이 있어야 함
  • 디테일에 대해 엄격하게 주의를 기울이며 특별한 미적인 취향과 수준을 추구하는 사람

음.. 대략 번역해서 적다보니 뭐 좋은 말은 다 적어둔 것 같아 보이기도 합니다. 저런 재능을 다 가진 사람이 과연 있을지 궁금하기도 한데… 아래의 구체적인 교육 요구사항을 플러스 하면 이건 뭐 조건이 더 까다로와 집니다. (이거 간단하게 정리하려 한 것이 일이 점점 커지는 듯… ^^)

애플 UX 디자이너 – 교육 요구 사항(Education)

  1. 인터랙션 디자인, 비주얼 디자인 관련 전공, 또는 관련 경험
  2. 회화,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배경 지식이 있으면 좋음
  3. 데스크탑, 모바일, 웹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경험 필요
  4.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함
  5.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의 디자인 툴에 능숙할 것
  6. 플래시, HTML 5를 이용해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능력
  7. OS X와 iOS를 능숙하게 사용할 것
  8. 글과 말을 이용한 능숙한 의사소통 능력 필요
  9. 뛰어난 협업 능력 필요
  10. 빡빡한 스케줄 속에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내는 능력 필요

애플에서는 거의 슈퍼맨을 원하는 것 같기도 한데.. 이런 내용을 애플의 아이튠즈 앱 디자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간추리면 아래처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이 점점 더 길어지는 듯… ^^)

애플 UX 디자이너의 필요 역량 (정리본)

  1. 디자인, 회화 분야 등의 미적인 감각
  2. 최고의 디자인 결과물과 디테일의 완성을 추구하는 열정
  3. 브레인 스토밍, 프로토타이핑 등의 디자인 기법 활용 능력
  4. 디자인 툴로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능력
  5.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
  6. 엔지니어, 마케팅, QA와 협업하는 업무 절차 이해, 협업 능력
  7. 기타 업무 능력
    • 모바일 기획, 웹 기획 능력
    • 시각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분야의 지식
    • 디자인 툴 사용 능력, 프로젝트 관리 능력
    • 문서 작성/발표 능력, 의사 소통 능력

대략 정리하면 이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중에서 1~6번은 UX 분야의 공부를 하거나 일할 때 순수하게 필요한 능력으로, 7번은 별도 분야에서 논의되는 주제(웹기획 등)나 조직에서 일할 때 필요한 소양(문서 작성 등)을 포함하도록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볼 때 UX 분야의 교육은 1~6을 필수로, 7에서 필요한 부분을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1~6 중에 교육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을 따지면 프로토타입, 디자인 기법, 사용자 중심 디자인 관련 내용은 꼭 들어가야 할 것 같고, 사용자 중심 디자인업무 절차와 다른 팀과 협업할 수 있는 배경 지식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하고 개선하는 과정은 인터랙션 디자인의 원칙을 적용하는 과정이므로 관련 내용도 필요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 관해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고 사용자의 생각과 목표를 디자인 결과물에 반영하는 과정에 관해서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런 일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집하고 행동을 관찰해서 제품에 반영하는 다양한 기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게다가 웹, 모바일, TV, 자동차 등의 디자인 영역에 따라 알아야 하는 다양한 지식들도 파악해야 하니 또 알아야 할 것은 늘어나겠죠. 이런 항목들을 대략 아래와 같이 정리해봤습니다.

UX 디자인 실무를 위해서 알아야 하는 내용

  • 반드시 필요한 내용
    • 사용자 중심 디자인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
    • 사용자 중심 디자인의 진행 절차, 조직 구성
    • 브레인 스토밍, 프로토타이핑, 사용성 테스트 등의 기본 디자인 기법
    • 사람 중심의 디자인 관점에 익숙해지기(기술, 기능 중심이 아닌)
    • 인터랙션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
  • 디자인 영역에 따라 필요한 내용
    • 다양한 조사/디자인 기법에 관한 전반적인 이해
    • 시각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디자인 원칙
    • 웹/모바일 등의 분야별 특성에 맞는 디자인 원칙(UI 디자인, 인터랙션 디자인)
    • 알기 쉽게 문서/콘텐츠를 만드는 방법
    • 포토샵, 플래시, HTML 5 등의 툴과 언어를 다루는 기술
  • 업무 진행을 위해 필요한 내용
    • 프로젝트 관리 기법, 소프트웨어 개발 방법론
    • 효과적인 발표 방법, 설득 방법
    • 갈등 상황에서 원활하게 의사 소통하는 방법

이 정도면 정리가 제대로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 시작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져 버렸네요. 제가 앞으로 만들 강의 과정은 위에 정리한 UX 실무에 필요한 내용을 기준으로 할 생각입니다. 사실 이런 고민은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 끊임없이 했던 것이고 그런 고민이 책의 구성과 내용에 미리 반영되어 있는 셈입니다. 참고로, 이 글에 소개된 애플의 UX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존에 올린 애플의 디자인 방법 글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위에 정리된 내용에 빠지거나 개선할 점이 있으면 댓글 남겨주세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고민한 다음 보완해서 업데이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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