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만에 도널드 노먼의 ‘디자인과 인간심리’ 개정판(DOET2)이 출간되었습니다. 영문판으로 출간된 것을 구해서 빠르게 읽었는데 오래된 주제에 새로운 시각이 더해져서 상당히 재미있고 흥미롭네요. 1988년에 나온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DOET)’ 초판의 핵심 주제를 유지하면서 오래된 예시를 빼고 새로운 예시와 주제를 추가해서 새 책이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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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이 나온다고 해서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며 몇 가지 예상을 했는데 상당 부분이 제 예상과 다르네요. 다른 책처럼 기존 글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고 일부를 새로 쓰지 않았을까 했는데, 대부분이 새로 쓴 내용이고 일부가 예전 글을 활용하는 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기본 디자인 원칙을 설명하는 핵심 부분은 거의 같은 내용을 설명하지만 예제와 설명이 조금씩 달라져서 대부분 새로 작성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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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새로 쓴 글이긴 한데 사례는 기존의 사례를 그대로 쓰니까 좀 묘하긴 합니다. 여전히 문(어포던스), 냉장고(개념모형), 오븐(대응) 사례가 그대로 등장하구요, 세면대, 자동차 등, 일상 용품의 사례를 중심으로 디자인 원칙을 설명합니다. 새 버전의 책이니까 스마트 폰, 터치 기기 등의 사례가 다수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일부 사례가 있지만 책 전반에 적극 반영되지는 않아서 처음에 좀 실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서문에 앞으로 25년 후에 봐도 좋은 책을 만들려고 특정 회사 제품을 소개하지 않고 변하지 않을 기기를 사례로 쓰는 등, 예제를 고르는 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시네요. 그런 관점이라면 이해가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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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책 ‘오래가는 UX 디자인’의 추천사를 부탁드릴 때 노먼 교수님께서 자신이 소개한 용어를 사람들이 오해해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의 책이 그런 오해를 풀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모바일 시대에 맞게 예전 디자인 원칙을 재해석해서 책에 리메이크하려 했다면, 이번에는 원작자가 직접 자신의 책을 리메이크해서 원래 의도를 살린 책을 펴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실 리메이크는 음악에서 가장 활발한데, 예전의 좋은 곡은 계속 리메이크 되어서 생명력을 유지합니다. 좋은 책도 계속 개정판이 나와서 생명력을 유지하면 좋겠습니다.)

노먼 교수님께서 펴내신 책에는 기존 책 내용을 이후 책에 반복 소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책에도 그런 부분이 꽤나 있습니다. ‘이모셔널 디자인’ 에서 소개한 사람의 감성(생각) 처리 단계에 관한 내용, ‘심플은 정답이 아니다’에서 소개한 시그니파이어(기표)에 관한 소개 등이 이번 책에도 나옵니다 🙂 이전 책 내용에 익숙한 사람은 이렇게 반복되는 내용을 군더더기로 느낄 수도 있는데, 이번 책에는 이런 내용을 초판 내용과 통합해서 제시하므로 새로운 관점에서 기존의 이론을 생각할 수 있게 해줍니다. 전반적으로 중복은 있지만 새로운 시각이 반영되어 있는 등, 최근 발표된 노먼 교수님의 책 중에 이 책이 가장 정리가 잘된 것 같습니다.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2(Revised)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해 보겠습니다.

  • 25년 만에 개정판 출간

    • 핵심 사례와 개념은 그대로, 대부분의 글은 새로 작성
    • 초판의 내용과 이후 출간된 책, 칼럼 등의 내용을 통합해서 새로운 관점에서 정리
  • 초판과 다른 눈에 띄는 차이

    • 시그니파이어, 어포던스를 명확히 구분해서 상세히 설명
    • 인간 행위 7단계 모형을 단순화, 다른 이론을 도입해서 확장
    • 이모셔널 디자인 내용(Reflective, Behavioral, Visceral Level of Processing) 추가
    • HCD(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인간 중심으로 확장한 개념), 디자인 씽킹 관련 설명 추가
  • 책의 주요 내용

    • 디자인 기본 원칙: 개념모형, 어포던스, 가시성, 대응, 제약과 제한, 표준화 등
    • 인간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구조. 인간이 기억하고 생각하는 구조를 활용하는 디자인
    • 인간이 실수하는 방식, 인간의 실수를 막는 디자인 등

이 책이 처음 나왔을때 제목은 The Psychology of Everyday Things 였는데, 학계에서는 이 제목을 좋아했지만 제목 때문에 디자인과 관련 없는 심리학 교양책으로 인식이 되어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후 제목을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로 바꿔서 디자인 분야의 책으로 알렸다고 하네요(각각 약자로는 POET, DOET라고 적습니다). 원 제목에 심리학(Psychology)이 들어있는 것을 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상당 부분은 사람이 생각하는 구조, 실수하는 구조를 설명하는 심리학 분야의 주제에 할애되어 있습니다. 감안하고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책은 아직 영문판만 출간된 상태구요, 한국어판은 조금 더 기다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목부터 사용하는 용어, 편집까지 어떻게 번역되어서 책이 만들어질지 궁금하네요. 한국어 판이 나오면 추가로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노먼 교수님께서 2월에 열리는 HCI 학회 행사장에 초청 연사로 참여하십니다. DOET2의 내용을 강연하실 예정이니 관심 있는 분들은 HCI 학회에서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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