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Korea 2014 도널드 노먼 키노트 요약

에 의해서 | 2014-02-24 | Mobile & UX | 코멘트 0개

월간 웹의 도움을 받아 HCI Korea 2014 행사에서 도널드 노먼 교수님이 키노트 발표하신 내용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HCI Korea 2014에서 진행된 초청 연사 발표는 영어 발표인데다 통역이 없어서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도 중간중간 제대로 듣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월간 웹에서 특집 기사 준비 관계로 노먼 교수님 키노트 녹음 파일을 전해주셔서 다시 들으며 이해한 것을 공유합니다.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Revised and Expanded for the 21st century

HCI2014 Hione-110

이 날의 발표는 노먼 교수님께서 발표용 슬라이드 없이 발표와 질문 답변으로만 진행하겠다고 하셔서 별도의 발표 자료가 없습니다. 영어에 능숙하지 않은 청중들은 발표용 슬라이드가 있으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없어서 더 이해하기 어려워한 것 같습니다. HCI 학회 둘째 날 노먼 교수님의 키노트를 크게 몇 가지 주제로 나눠서 간략하게 정리해보겠습니다. 이 글은 키노트 스피치 내용을 요약, 정리했으며 출간된 책 내용을 참고해서 보강한 부분도 있어서 원래의 표현, 내용과 일부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IoT, 사물인터넷

키노트 연설의 처음은 ‘Rice Cooker’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웹, 스마트폰, 라이스 쿠커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은 사람을 각각 물어보시더군요. 집안의 가전 기기들이 모두 인터넷에 연결된 세상이 오니까, 밥솥, 식기 세척기 같은 것이 변화할 것이다. 그러니 이런 기기들에 관심을 두라는 말씀을 하시면서 Rice Cooker(밥솥)를 언급하셨네요.

  • 집안의 물리적 기기들이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서로 이야기 하게 된다. 이 기기들은 스크린으로 제어하는 대신 몸짓이나 말로 제어하고 센서가 사람을 감지해서 자동으로 동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자동 온도 조절기는 집에 사람이 한 시간 동안 없으면 자동으로 난방 전원을 끈다. 다시 사람이 돌아오면 난방을 켜는데, 아무 조작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동작하도록 설계된다.
  • 네스트는 이런 자동 온도 조절기를 만들고 이것을 연기 감지기와 연동해서 동작하게 만들었다. 이런 제품이 스마트한 물리적 기기의 미래 모습이다. This is a future of Smart Physial Device.

관련 내용은 노먼 교수님 글을 번역한 ‘어째서 밥솥(Rice Cooker)이 그렇게 흥미로운가?’ 글과 ‘네스트의 제품 전략과 온도조절기 동작 구조’ 글을 참고하세요.

개정판 집필 이유, 어포던스, 시그니파이어

이번에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DOET2)를 쓰신 이유는 1) 오래된 예제를 업데이트 하고, 2) 사람들이 오해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바로 잡기 위해서라고 하십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사람들이 오해하는 용어인 어포던스를 말씀하시는데, 노먼 교수님이 책 등에서 거듭 말씀하셔도 사람들이 용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노먼 교수님은 상황에 따라 시그니파이어(기표)라는 용어를 어포던스 대신 사용하라고 하시는데 개정판 책으로 상황이 바뀔지 두고 봐야겠습니다.

  • 어포던스(Affordance)’는 많은 사람이 혼란스러워하는 용어다. 어포던스는 책상, 의자 같은 물체가 아니며 관계를 설명하는 용어이며, 사람이 ‘어떤 사물에 할 수 있는 행동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용어다. 사람들이 화면의 엉뚱한 부분을 누를 때 어디를 눌러야 할 지 알 수 있게 ‘어포던스’를 추가해야겠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는 용어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 시그니파이어(Signifier)는 우리가 무엇을 할지 알려주는 인지 가능한 요소(그래픽, 기호 등)를 의미한다. 엉뚱한 부분을 누르는 사례에서는 사람들이 어디 누를지 알 수 있게 시그니파이어(기표)를 추가했다고 말해야 한다.

HCD, 디자인 씽킹

개인적으로 DOET2 책에 새로 추가된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 사람들은 나에게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한다. 그러면 나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데, 언제나 그들이 잘못된 문제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진짜 문제를 찾겠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가져오는 문제는 ‘증상’에 불과한데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 근본 원인을 찾아서 진짜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 이런 것이 ‘디자인 씽킹’이다. IDEO에서 정의한 디자인 씽킹은 ‘민속지학적 관찰, 이해, 프로토타입 작성, 빠른 확인, 혁신’의 디자인 사이클을 통해 사람들의 진짜 요구를 만족시키는 디자인 방법이다. 이 과정에는 진짜 문제가 무엇이며 진짜 요구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사람들의 진짜 요구를 찾는다는 측면에서는 인간중심디자인(HCD, Human Centered Design)과도 관련이 있다.
  • 사람들은 디자이너가 사물을 더 좋게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디자이너는 사람의 진짜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는 사람이다. 그래서 교통 시스템, 주거 시스템을 새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디자인 씽킹은 미국에서 널리 인기를 끈 개념인데, 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은 것 같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서비스 디자인으로 이야기되는 개념이 디자인 씽킹의 지향점과 비슷합니다. 관련해서 더 상세한 자료를 원하시는 분은 pxd 이재용 대표님이 쓰신 ‘디자인 사고(Design Thinking) 스터디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노먼의 법칙, 개발 일정

이번 책에서 노먼 교수님은 ‘노먼의 법칙’을 소개하셨는데,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지만 관련 내용을 중요하게 생각하셔서 본인 이름을 붙이신 것 같습니다. 한국이 특별히 빡빡하게 스케줄을 주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상황은 비슷하지만 한국이 더 심한 건지도.. 미소

  • 노먼의 법칙 (DON NORMAN’S LAW OF PRODUCT DEVELOPMENT)
    •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시작할 때면 이미 스케줄은 뒤쳐졌고 예산은 초과 상태다.The day a product development process starts, it is behind schedule and
      above budget.
  • 디자인 팀은 전세계인이 사용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려 하고 제품의 많은 부분을 수정하려 한다. 관리자가 얼마 걸리겠냐고 하면 디자인 팀은 조사 기간 등으로 ‘6개월’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관리자는 시간이 없다며 ‘2주’ 주겠다고 한다. 결국 관리자와 디자이너는 ‘4주’로 합의한다.
  • 1주 후 확인
    • 디자인 팀은 사람들 돌아다니는 것을 관찰하고 비디오를 보고 사진을 찍고 있다. 관리자가 왜 그러냐고 하면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 관리자는 ‘해결할 문제가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았냐’고 말한다. 관리자는 1주를 낭비한 것으로 생각한다.
  • 2주 후 확인
    • 디자인 팀은 ‘모두 기뻐하고 있다. 이제 문제를 이해했다’고 말한다. 그러면 관리자는 ‘처음부터 문제를 알려줬는데.. 이제 이해하다니 무슨 말이냐’고 한다.
    • 이 단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이다. 대부분의 PM은 이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중단시킨다.
  • 3주 후 확인
    • 디자인 팀은 자리에 없다. 관리자는 ‘다들 어디에 갔느냐’고 묻는다. 디자이너들은 이제 스케치, 사진, 다수의 프로토타입 등을 만드느라 엄청 바쁘다. 디자인 팀은 ‘우리는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 하지만, 이 시점에 완료 시한이 겨우 1주 남아있지만 결과물은 없다. 관리자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 4주 후 완료일
    • 마감일 전날, 기적적으로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 결국 제품은 대충 마무리되고, ‘다음에 제대로 하자’고 하며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다음 번에도 똑같은 일이 생기기 때문에 변화는 없다.

이번 키노트 연설에서는 이렇게 디자인 과정과 비즈니스 일정이 충돌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관한 답을 말씀하지 않으셨는데.. 책에는 관련 내용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요약하자면, ‘별도의 디자인 조직을 만들어 항상 디자인 조사와 연구를 수행하면 된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HCD나 디자인 씽킹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고 일정을 잡을 때 개발 일정 안에 디자인의 모든 과정을 집어넣으려 하는 게 원래 무리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디자인 조직이 개발 조직과 별개로 사람을 이해하고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테스트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이죠. 그러면 특정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결정될 때 디자인 팀은 기존에 수행한 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빠르게 이후 단계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개발 일정과 디자인의 연구 일정을 분리해서 처리하는 것이 비즈니스 일정을 지키면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외부 업체와 일을 할 때도 마찬가지겠죠. 개발 일정 내부에 디자인 조사 등을 모두 포함시키기 보다는 분리해서 조사를 상시 수행하게 하는 방법을 연구하면 빠른 개발과 제대로 된 제품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혁신과 비즈니스, 기타

이 외에도 디자인 혁신은 기술과 함께해야 하며, 초기의 혁신적인 제품을 기술 수준보다 너무 이르게 만들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소개하셨는데, 노먼 교수님이 애플에 합류하셨을 때 애플에서는 세상을 바꿀 제품을 준비하는 중이었다고 합니다. 제품을 출시해서 시장 반응을 보고 다시 수정해서 반응을 봤지만 결국 실패했다네요. 그 제품이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디지털 카메라라고 합니다. 찾아보니 정말 1994년 출시한 Apple QuickTake 100이라는 디지털 카메라가 있네요, 저도 몰랐습니다. 이 당시 기술로는 확인용 화면이 없고 30 bytes/sec로 데이터를 전송하며 640*480 해상도의 사진을 8장 밖에 넣지 못했는데, 이 제품을 최고의 기술을 적용했다고 광고하며 팔기에는 무리가 있었나 봅니다. 애플이 적당한 시기에 좀 더 성숙한 기술로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했다면 지금 카메라 시장의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 외에도 나의 관점은 옳고 다른 관점은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개발자, 디자이너, 마케터가 서로 충돌하고 싸우는데, 다른 관점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모든 관점은 옳고 보는 관점은 서로 다르니까 서로 다른 관점을 모두 만족시켜야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정리한 내용 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지만 1시간 20여분 동안 진행된 키노트 스피치와 Q&A 중에 인상적인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연회장에서 녹음한 것을 들으며 정리했는데 다시 들어도 알아 듣기 어려운 부분이 꽤 있네요 ^^. 노먼 교수님이 키노트에서 말씀하신 내용은 많은 부분이 책에 소개되어 있으니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이후 국내에 출간될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한국어판을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영문판 책의 구성 등을 간단히 살펴 보시려면 저의 DOET2 리뷰 글을 참고하세요.

추신> 노먼 교수님 키노트 연설 영상이 올라왔네요^^. 제가 들었던 녹음 파일보다 올라온 영상이 더 상태가 좋으니 이 날의 연설을 무리 없이 들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키노트를 생생하게 느끼고 싶은 분들은 영상을 봐 주세요~  도널드 노먼 키노트 from hcikorea on Vimeo

관련 글 보기



인기 글

0개의 댓글

댓글 제출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Shares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