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마트 헬스케어,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에 의해서 | 2014-09-03 | Mobile & UX | 코멘트 0개

얼마 전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특집으로 발행하는 ‘차세대 디바이스의 UX 전략’ 매거진에 글을 기고했습니다. 제가 쓴 내용은 스마트 헬스케어 UX 관련 부분인데, 편집장 말씀에 의하면 특집 매거진 기사 중에도 가장 중요한 주력 내용이라고 합니다. 이 기고 내용을 총 3번에 걸쳐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스마트 헬스케어의 개념과 사업을 구상할 때 고려할 점, 헬스케어 UX의 특별한 점 등을 소개합니다. 특히, 마지막 글에는 iHealth 앱으로 대표되는 애플의 헬스케어 서비스 전략을 분석, 소개하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스마트 헬스케어 UX

바야흐로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가 왔다. 이제 주변에서 스마트 와치와 활동 트래커를 착용하고 있는 사람을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사람들의 관심히 ‘단순히 오래 사는 것’에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으로 바뀌고 모바일 기기를 구현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이 글에서는 현재 화두인 스마트 헬스케어가 어떤 배경에서 등장했고 관련 서비스를 디자인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살펴 보겠다.

* 헬스케어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

‘100세 건강 시대’라고 하는 보험사의 광고 문구를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이 광고 문구는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이다. 사람의 수명을 이야기 할 때는 보통 ‘기대 수명’과 ‘건강 수명’을 이야기하게 되는데, 기대 수명은 한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건강 수명은 큰 병 없이 건강하게 사는 나이를 이야기 한다. WHO 통계 자료(2011)에 의하면 2009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0세, 건강수명은 71세이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9년으로 이는 미국(기대수명 79, 건강수명 70), 영국(기대수명 80, 건강수명 72)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헬스케어 분야에는 몇 번의 극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헬스케어 3.0: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보고서에서 제시한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 구도를 참고하여 최근의 맞춤형 헬스케어 시대를 소개한다.

역사적으로 중세시대 이전에는 사람들이 왜 병이 걸리는지 이유를 몰랐다. 이런 시기에는 근대적 의미의 헬스케어 시스템이 생길 수 없었다. 이 시대에 이유를 모른 채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전염병은 가장 두려운 존재였다.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끼친 전염병은 흑사병이었는데, 유럽에서는 1347년 흑사병이 창궐한 이래로 1340년대에만 흑사병으로 약 2천 5백만 명이 희생되었다고 한다. 이 숫자는 그 당시 유럽 인구의 30%에 달하는 인원이라고 하니 정말 엄청난 희생이 아닐 수 없다. 흑사병은 1700년대 까지 약 100여 회 발생하며 전 유럽을 공포에 몰아넣었다(수치는 위키피디아 참고).

[그림]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변화

전염병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지 여부는 전염병의 전파 경로를 파악해서 막고 예방 접종 등으로 내성을 키울 수 있는 지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18세기 인류 최초의 예방 접종이라고 할 수 있는 종두법의 개발은 이후를 근대적 헬스케어가 시작된 헬스케어 1.0 시대로 규정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종두법은 사람 또는 소의 고름 등을 이용해서 천연두의 내성을 키우는 일종의 예방 접종 방법이다. 흔히 ‘호환, 마마 보다 무섭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때 호환은 호랑이, 마마는 천연두를 말한다. 이런 표현을 보면 옛날 사람에게 천연두(마마)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방 접종이 가능해지면 전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으므로 종두법은 아주 중요한 발견이었다.

20세기 초까지 사람들은 질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지 못했다. 그래서 질병을 옮긴다는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사람, 집단, 종교 등을 탄압하기도 했다. 이런 시기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는데, 1928년에 최초의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이다. 항생제는 미생물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로 페니실린은 푸른 곰팡이에서 추출한 항생제이다. 이 발견으로 인간은 병원균을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페니실린의 발견은 물질 분자 수준에서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규명한 최초의 시도로 이후 많은 치료법이 생기고 제약, 의료기기가 산업화되는 계기가 된다. 이 시기를 헬스케어 2.0 시대로 볼 수 있다. 전염병의 영향에서 벗어나 의료 산업화가 진행되는 시기에 헬스케어 분야의 관심사는 개인의 질병을 치료하는 치료법을 찾고 기대 수명을 높이는 것이 된다.

[표] 헬스케어 패러다임의 시대 구분

출처: Seri Report 헬스케어 3.0: 건강수명 시대의 도래
구분 1.0(공중보건의 시대) 2.0(질병치료의 시대) 3.0(건강수명의 시대)
시대 18~20세기 초 20세기 초~말 21세기 이후
대표적 기술혁신 인두접종 개발 페니실린 발견 인간 지놈 프로젝트
목적 전염병의 예방과 확산 방지 질병의 치료.치유 질병 예방 및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 영위
주요 지표 전염병 사망률 기대수명, 중대질병 사망률 건강수명, 의료비 절감
공급자 국가 제약·의료기기 회사, 병원 기존 공급자 + IT, 전자, 건설, 자동차 회사 등
수요자 全 국민(시민) 환자 환자 + 정상인
헬스케어 산업의 주요 변화 – 예방접종, 상하수도 보급
– 청진기, 엑스레이 발명
– 의사 양성체계 확립
– 제약/기기/병원 산업화
– 신약 및 치료법 개발
– 유전자 조기 진단
– 맞춤 치료제 등장
– 유헬스의 보급

현대의 의료 체계와 산업 구조는 이렇게 개인의 질병 치료를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질병 치료는 여전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인데 최근에는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개인에게 맞춤화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진 것이다. 2001년 공개된 사람의 유전자를 분석한 인간 지놈(Genome) 프로젝트를 계기로 개인 맞춤형 의료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인간 지놈 프로젝트는 인간의 유전자에 포함된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분석한 것이다. 유전자 분석으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가 가능한 최근의 시기를 헬스케어 3.0 시대로 볼 수 있다. 과거 유전자 검사는 검사 비용이 높아서 일반화되기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비용이 수 십 만원 수준으로 낮아져서 충분히 관련 서비스의 대중화가 가능하다.

유전자 분석을 이용하면 개인의 유전자 특성을 파악해서 병에 걸렸을 때 효과적으로 처방하고 취약한 질병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 중에는 유전적 특성에 따라 효과가 다른 것으로 보고된 것이 있는데, 유전자 분석을 이용하면 유전적 특성에 따라 효과가 높은 약물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효율적인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진다. 보통 맞춤형 의료가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체 의료비 관점에서 생각하면 의미 없는 약물 투여 등 비효율적인 치료를 피할 수 있으므로 총 의료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게다가 개인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해서 병이 생기기 전에 건강상 취약점을 보완하도록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병으로 생기는 의료비 부담은 훨씬 줄게 된다.

[그림]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의 3가지 축

지놈 지도로 시작된 맞춤형 헬스케어는 최근 3D 프린팅 기술과 웨어러블 헬스 트래커의 등장으로 한층 발전하는 분위기다. 이제 개인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유전적으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질환을 예방하고,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서 개인에게 정확하게 맞는 보조 기구와 신체 기관(피부 등), 뼈 등을 제공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다 최근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활용한 건강 관리, 의료 관리가 일상화 되면 총체적인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앞으로는 질병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맞춤형 의료가 가능해지며, 헬스 트래커를 활용한 섬세한 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처럼 헬스케어 3.0 시대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기존에는 병이 생겼을 때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개인의 유전적 특성과 행동 특성을 파악해서 병을 예방하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된다. 현재 이런 목표를 지원할 다양한 의료 분야 혁신(제약 등)과 장치 혁신(웨어러블 장치 등)이 진행되고 있으니 곧 우리 주변에서 이런 장치와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의 사업 전략

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에 유전자 정보의 활용과 함께 모바일 기기와 관련 기술의 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일상화 된 후 우리는 모두 하나 둘씩 고성능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는데, 이런 변화는 헬스케어 측면에서 엄청난 가능성을 제공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높아지고 항상 몸에 부착하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형태로 진화하면서 기기에 헬스케어 기능이 자연스럽게 추가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 와치, 활동 트래커, 의료 보조 기기 등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스마트 헬스케어 제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소개되는 제품을 살펴보니 이 제품들은 크게 세 가지 사업 영역 분야에서 헬스케어 시장을 공략하려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림]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의 주요 사업 영역

Sports

  • 스포츠 분야의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건강 관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특히, 질병의 예방과 건강한 삶 추구라는 키워드는 언제나 운동과 연관되어 있다고 사람들이 인식한다.
  • 이 시장은 멋있어 보이는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역할이 중요하고 브랜드가 중요한 분야다.
  •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스포츠 브랜드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이키는 퓨얼밴드와 Nike+iPod 센서 등으로 앞선 행보를 보여왔는데 최근에 자체 하드웨어 사업을 정리하고 애플과 협력을 강화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디다스도 micoach 서비스를 선보이며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Life Logging

  • 최근 가장 많은 새로운 제품을 볼 수 있는 시장은 라이프 로깅 시장일 것이다. 많은 기업이 스마트 와치, 활동 트래커, 스마트폰 앱 등으로 저마다 차별점을 내새우며 라이프 로깅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 이 시장의 주자는 삼성 LG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 핏빗, 조본 등의 전문 스타트업 등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제조사에서 로깅 장치의 기기 경량화, 고성능화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향후에는 자동차 등에도 헬스케어, 라이프 로깅 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초기에 스포츠 기업에서 만든 헬스케어 기기는 활동량과 운동량을 측정하는 것이 핵심인데, 라이프 로깅 장치는 수면 패턴 등 생활 전반의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Medical Service

  • 의료 서비스 분야는 주로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 보다 B2B 형태로 의료 기관을 상대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상대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한정된 수요자에게 판매했지만, 개인용 헬스케어 시장이 열리면서 기존의 의료기기 제조사도 일반인을 상대로 한 B2C 건강 관리 제품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
  • 심장박동계, 체중계, 체온계, 혈압계, 혈당계 등, 다양한 의료 기기는 사실 예전부터 존재하던 헬스케어 기기들이다. 이 장치들이 센서 기술이 발달하고 모바일 기기의 성능이 높아지면서 모바일, 웨어러블 기기 속에 포함되고 있다.
  • 현재 스포츠, 라이프 로깅 제품을 의료 서비스와 직접 연결하려면 큰 장벽이 있는데, 의료 서비스를 위해서는 기기를 의료기기로 승인 받아야 한다. 취미용 제품과 의료용 제품은 제품의 신뢰성, 안전성 등에서 평가 기준이 다르며, FDA 승인을 얻는 등의 절차가 간단하지 않다. 특히 원격에서 진료하는 서비스 등은 불법 의료 행위에 속할 수 있으므로 서비스를 설계할 때는 법적 제도적 제한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스마트 헬스케어 시대의 서비스는 결국 개인의 민감정보를 어떻게 수집하고 가공해서 보여주는지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헬스케어에 사용되는 개인의 정보는 크게 전자의무기록과 개인건강기록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의무기록(EMR: Eletronic Medical Record)은 개인이 의료 기관에서 진료 받은 의료 기록과 의사 소견, 의료비 정보 등을 기관이 저장해서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을 말하며, 개인건강기록(PHR: Personal Health Record)은 그와 대조적으로 개인이 직접 입력한 건강 정보와 개인의 모바일/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한 것을 말한다. 스마트 헬스케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려면 이런 전자의무기록과 개인건강기록을 표준화해서 공통으로 기록하고 관련 기관과 기업에서 함께 사용하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역할은 정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가장 빠르지만 시장의 선도 사업자가 서비스를 주도해서 사실상의 표준을 제공하는 식으로 업계가 흘러갈 수도 있다.

의료 서비스, 스포츠, 라이프 로깅의 세 사업 영역 중에 현재 가장 적극적인 사용자가 존재하는 곳은 의료 서비스 시장이다. 이 영역에서는 현재 서비스의 품질을 약간만 개선하는 제품이 나오더라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하지만 라이프 로깅, 스포츠 시장에서는 아직 스마트 헬스케어에 관한 요구가 그다지 크지 않다. 이들 분야에서는 기존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뛰어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는 제품이 나와야 사람들이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이런 사업 분야들 중에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둘 이상의 영역이 겹치는 분야다. 예를 들어, 라이프 로깅 자체 만으로는 대중의 관심을 얻기 어려울 수 있지만, 라이프 로깅과 스포츠가 만나는 지점, 라이프 로깅과 의료 서비스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더 흥미로운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이 분야의 서비스를 준비한다면 개인의 정보를 어떻게 수집, 가공해서 보여주고 제도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충분히 고민해야 할 것이다.

관련 글 보기



인기 글

0개의 댓글

댓글 제출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Shares
Share Th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