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있었던 UX Camp에서 예기치 않게 세션 하나를 맡아 발표를 했습니다.
원래 이번 행사에는 조용히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갔습니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자유로운 분위기의 발표 모습을 보고, 나도 그 동안의 생각들을 발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세션 하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발표전에 급히 자료를 만들게되어 상당히 부족한 모습으로 발표를 마쳤습니다.
이런 발표나 사이트 오픈 때 언제나 느끼게 되는 것은 발표자(기획자)의 계획과 청중(사용자)의 반응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이런 내용의 발표를 이렇게 진행하면 사람들이 이러이러한 식으로 반응해주지 않을까? 라고 미리 계획을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예상했던 반응과 실제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발표자는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앞에 앉은 청중들은 반 이상이 졸거나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경우나, 발표자가 질문을 던지고 응답을 요청하지만 객석에선 거의 반응이 없는 장면은 어떤 세미나에서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 반면에 어떤 발표자는 조는 사람 한 명 없이 발표를 끝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대체 어떤 차이가 나는 걸까요?
차근차근 예전의 발표(PT: Presentation)들을 되짚어 보면서 효과적인 발표를 위한 5가지 요소를 정리해봤습니다.
1. 메시지
우선 가장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이 전달할 메시지입니다. 발표에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어야 하며, 메시지가 정리되지 않은 발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토론식 발표를 하는 경우에도 어떤 내용의 토론을 하고 진행과 마무리를 어떤 방향으로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토론이 되기 쉽습니다.
메시지와 함께 중요한 것은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정확한 자료들입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알기쉽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스티브 잡스의 발표는 가장 중요한 몇 가지 수치 자료와 근거를 이해하기 쉬운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메시지에 근거가 함께하지 않으면 설득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품 프로모션이나 간단한 소개와 같이 근거 보다 즐거운 경험에 집중하는 발표들도 있을 수 있으므로 2번으로 근거를 추가하진 않았습니다.
예전의 발표들을 돌아보면 전달할 메시지에 너무 욕심을 내면 다른 요소들에 소흘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호응하는 발표를 이끌어내지 못한 경우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왜 스마트폰에서 무선 인터넷이 중요한지도 모르는데, 스마트폰의 무선 인터넷 속도가 얼마나 빨라졌는지 강조하는 식입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전달하려고 욕심을 부리기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발표가 되는 것 같습니다.
2. 공감
3. 스토리
많은 사람이 호응하는 발표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하는 스토리가 필수적입니다. 예제로 드라마나 영화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들 수도 있고, 참석자들이 공감하는 공공의 적을 만들어 그 적을 공격하거나 뒷담화를 하는 형태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예: 사장님 뒷담화, 기획자의 고충).
형식이 어떻든 모든 참석자가 공감할 수 있는 재미있는 예제나 스토리가 있으면 최소한 발표 시간에 조는 사람은 없앨 수 있습니다. 간혹 이 재미있는 스토리에 너무 집중한 발표를 들으면 다 듣고나서 허무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일 기본이라고 생각되는 메시지가 빠진 경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하는 스토리는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야 효과가 커집니다.
회사내 소규모 팀과 같은 비슷한 기반을 가진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는 공감 요소에 대한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다양한 기반을 가진 청중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는 그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을 수 있는지가 메시지 전달의 강도를 결정하게 됩니다.
발표에는 메시지가 있어야 하고, 그 메시지들은 공감할 만한 스토리와 함께 엮어져서 전체 발표가 하나의 온전한 스토리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발표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지고, 큰 스토리는 각각의 작은 공감할만한 스토리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4. 다양한 경험
5. 참여
메시지와 스토리가 준비되었다면 그 다음은 준비할 것은 다양한 경험과 참여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 분야 최고의 대가는 스티브 잡스 입니다. 잡스의 발표를 보면 짧은 발표 시간을 적절히 쪼개고 다양한 미디어 효과를 이용해서 다차원적인 청중의 경험을 만들어 냅니다. 발표 자료에 적절한 화면 전환 애니메이션과 음향 효과를 사용하고, 음악을 들려주고 동영상을 보여줍니다. 실제 개발자가 나와서 제품을 시연하기도 하고, 인터뷰 화면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iPad 발표 무대에서는 잡스가 게임 제작사, 스포츠 방송 제작사, 온라인 신문 제작사를 무대에 불러 시연을 했고, 제품의 디자인 책임자와 개발 책임자, 마케팅 책임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대형 무대의 발표가 아니라면 직접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청중을 파악하기 위한 간단한 설문을 할 수 있고, 발표 내용을 퀴즈 형태로 만들어 직접적인 상호 작용을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질문에 대해 청중이 응답하는 내용을 통해 발표 자체를 이끌어 갈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다섯가지로 성공적인 발표를 위한 요소를 정리해 봤습니다. 메시지에 중점을 두고 청중에게 공감할 스토리를 들려주면서, 그들이 다양한 경험과 참여를 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면 분명 그 발표는 성공할 것 입니다.
이 중 세 가지만 잘 한다고 해도 좋은 발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네가지 이상을 갖춘다면 최고의 발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발표를 할 때 이 다섯 가지 요소들을 잘 갖추고 있는지 점검해 보려고 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점검해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