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영상의 몰입감을 높이는 기술은 제가 오래 전 부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입니다. 음악을 듣거나 콘서트 실황을 볼 때,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볼 때, 특정 기술의 도움을 받으면 대단히 높은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가수의 공연과 주위의 팬들의 반응에서 많은 에너지를 느끼지만 실제 공연 그 자체가 눈앞에 생생하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서 VIP석이나 R석으로 간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지만 A석, B석 같은 좌석을 구하면 2층 객석에서 조그맣게 보이는 가수를 보며 위안을 삼아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보다는 제대로 갖춰진 AV 시설이 있는 곳에서 콘서트 실황을 감상하는 것이 훨씬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두 가지 경험은 상당히 달라서 직접 비교하기에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레미제라블을 뮤지컬 무대에서 볼 때와 영화로 볼 때 전달할 수 있는 경험은 다르니까요. 영화는 현장감과 라이브 공연에서 오는 긴장감 등이 부족하지만 대사 하나와 표정 하나까지 느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서두를 길게 쓰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 등을 볼 때 몰입감을 높이는 필립스의 TV를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필립스는 현재 한국에서 TV 사업을 완전히 철수했기 때문에 이 TV를 실제로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우선 영상을 하나 보는 것이 이해가 가장 빠릅니다.
필립스는 예전부터 앰비라이트(Ambilight) 기술을 적용한 TV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고휘도 LED를 TV 뒷편에 붙이고 TV 화면과 비슷한 색을 벽에 비춰서 화면을 벽으로 확장한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특별한 콘텐츠나 추가 장치 없이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면서 영상 시청의 몰입감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좋은 시도입니다. 우리에게 필립스는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필립스는 조명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입니다. 그래서 TV도 조명 기술을 적극 활용해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필립스의 저 앰비라이트 기술 소개를 처음 봤을 때 깊은 감명을 받아서 국내에 판매처가 없는지 찾아보기도 했는데, 모두들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동영상 댓글에도 이런 시도는 전력 낭비이며 쓸데 없는 짓이라는 비판을 한 사람도 있네요. 그래서 왜 이 제품이 그다지 큰 이슈를 불러모으지 못했을까? 하고 생각을 해봤습니다. 우리는 보통 TV로 일일 드라마를 보고 뉴스를 보고 아이들에게 어린이 프로를 보여주는데, 이런 환경에서는 몰입감을 높여서 제대로 된 영상 시청을 하는 것 보다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TV가 더 유용한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값이면 앰비라이트 TV 보다 삼성과 LG의 OLED TV를 장만하는 것이 유용성이나 뽀대 측면에서 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필립스는 카페나 전시장 같은 곳에서 이 TV의 장점을 충분히 살려서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시도는 많이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것은 필립스에서 앰비라이트 기술을 적용한 2013년 형 신제품 TV를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다른 TV 제조사와는 차이가 나는 접근을 하고 있네요. TV를 비스듬하게 벽에 기댈 수 있게 만들었고, TV 화면이 꺼지면 거울처럼 반사된다고 합니다. 저는 이 TV가 마음에 드는데 What Hifi 에서는 아이들이 발로 차기 좋은 디자인이고 한쪽 벽이 완전히 비어야 쓸 수 있다는 등.. 실용성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네요.. ^^;; 역시 TV는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야 하는 건가.. 제품명은 DesignLine PDL-8908 이며 2013년 여름에 구매 가능하고 46인치 제품이 2000파운드, 330만원 수준에 팔릴 모양인가 봅니다.
이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면 좀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공간이 충분한 곳에서는 유용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필립스의 TV가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영상 시청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시도라면 MS가 연구하고 있는 Xbox를 활용한 일루미룸 같은 경우는 현실화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SW와 콘텐츠가 TV 화면 경계를 넘어서는 확장 화면을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하고 관련해서 CPU 성능 등도 높아져야 하며, 프로젝터와 TV를 연결하는 기술을 정교하게 구현해야 합니다. 여러모로 볼 때 일반적인 TV나 영화 등을 확장해서 보려고 만든 필립스의 시도가 훨씬 사용하기 쉽고 유용한 것 같습니다. 게임 화면도 마찬가지로 확장할 수 있겠네요.
MS의 기술도 잘 완성되어서 일반 사용자에게 혜택이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대중적으로 상용화 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다양한 분야, 특히 광고나 전시 등의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으니 앞으로 종종 이 같은 시도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필립스의 앰비언트 라이트 기술과 관련 자료, 데모 영상은 아래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상세 스펙 : https://www.engadget.com/2013/03/15/philips-designline-tv-square-pane-of-glass-video/
자료/데모 : https://www.ambilightplayer.philips.com/
상당히 인상적인 기술입니다. 웹에서 제공하는 에뮬레이터를 돌려보니 차이가 많이 나네요.
사용자의 실제 사용 환경과 거리가 좀 있어 보이지만 이런 시도를 하는 기업문화가 좋아 보입니다.
네.. 유럽이나 러시아 등은 집안에 조명을 부분 조명을 써서 저런 TV가 더 어울리나 보더라구요.
우리나라는 가정집에 거의 형광등으로 전체 조명을 하기 때문에 좀 적절하지 않은 분위기죠. 잘 활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술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