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부터 기획자의 마음이라는 재미있는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웹/모바일 분야의 일을 하다보면 웹 기획, 모바일 기획, 사업 기획, 마케팅 기획 등의 업무를 하는 기획자를 만날 기회는 많지만 다른 분야의 기획자를 만날 기회는 많지 않은데, 숨도에서 기획한 세미나를 통해서 매주 한 분씩 재미있는 일을 하는 분을 만나고 있습니다. 웹/모바일 분야의 기획자, 디자이너에게도 이런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간단하게 후기를 정리하려 합니다.
제일 첫 주(4월 18일)는 우리에게 익숙한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영화 ‘가비’ 등의 원작 소설을 쓰신 김탁환 선생님의 ‘이야기 기획자’로 사는 법을 들었습니다. 강의 내용은 이야기꾼의 강의 답게 흥미있고 공감가는 말씀이 많아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 기획자 강의는 제가 중간부터 들어서 후기를 남기기 어려운 관계로 페이스 북에 올린 짧은 소감으로 대신하겠습니다.
둘째 주에는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시는 최지아님이 미술 전시를 기획하는 큐레이터의 마음에 관해서 소개해주셨습니다. 그 동안 미술 전시회를 보면서 그 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관해서는 그다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이 강의를 들으면서 작가와 기획자(큐레이터)가 힘을 합해서 전시 기획을 한다는 점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보통 웹 사이트를 기획한다고 하면 기획자의 역할이 중요하게 생각되는데, 일반인들이 미술 작품 전시를 볼 때는 작가만 생각하기 쉬운 것 같습니다. 이번에 미술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을 들으며 미술 전시에 생각보다 기획자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알았습니다.
전시회를 기획할 때 큐레이터는 우선 어떤 주제의 전시를 할지 정하고, 어떤 작가를 참여시킬 것인지 결정한 다음, 그 작가의 기존 작품 중에 어떤 작품을 전시할지 결정합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에 작가에게 전시회를 위한 새 작품, 새로운 작업 등을 요청하고 작가는 그에 맞춰 기존 작업과 새로운 작업을 적절히 배분해서 전시 공간을 채워 나갑니다. 작가분들이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라 다들 민감하고 예민해서 작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화랑과 작가, 컬렉터(사모님)들을 항상 상대하는 큐레이터 분의 어려움이 눈에 선합니다.
큐레이터에게는 좋은 작가를 찾아서 그 작가의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제가 ‘뭘 믿고 작가에게 작품 요청을 하는지?’ 물어봤을 때 위의 사진에 있는 항목과 같은 답을 들었습니다.
좋은 작가를 찾으려면..
-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시각이 뚜렷하고,
- 연구/고민의 시간이 있어서 깊이가 있는 사람,
- 시각적인 형상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
- 기술적 성취에 의존하지 않는 사람을 찾으면 된다고 합니다.
저는 기술적 성취를 전자/전기/웹/코딩 기술 같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붓의 터치 기법, 조각하는 테크닉 같은 것을 말하는 거라고 합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지만 역시 영역에 따라 생각하는 바가 다릅니다.
큐레이터가 보는 좋은 작가의 기준은 좋은 기획자, 좋은 UX 디자이너를 찾는 기준으로 바꿔 생각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자신만의 시각이 있는지, 다양한 연구와 고민을 했는지는 UX 디자이너에게도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획의 결과물은 결국 UI를 통해서 나오게 되니까 시각적인 형상화(UI/GUI) 능력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기술은 거들 뿐(왼손은 거들 뿐! 슬램덩크)이라고 생각하고, 좋은 경험을 만드는 데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좋은 UX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상적인 몇 가지 말씀을 전하며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 작가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하나의 시선을 추가하는 것이 큐레이터의 일이다.
- 전시를 할 때 작품(조각 등) 신작의 제작비를 주는 경우는 전체의 30% 정도에 불과하다. (운송비는 지급. 자기 돈으로 작품을 만들어 전시하는 예술계의 현실 때문에 결국 전시로 인지도를 높여서 판매 등으로 수익을 얻어야 한다네요.)
- 작가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작가의 작업실을 꼭 방문해봐야 한다. 일상의 물품, 작업 환경을 보면 작가에 관해 훨씬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작가를 알기 위해서 반드시 작업실에 방문해서 작업 공간을 살펴본다고 한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제품 디자인의 사용자 조사 과정에도 필드 스터디(Field Study), 맥락 질문법(Contextual Inquiry) 등의 현장 조사가 점점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용자의 숨겨진 의도나 욕구 등을 파악하려면 개인이 겉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외에도 일상 속의 모습을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작가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그런 현장 조사가 꼭 필요하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참고로, 제품 디자인의 현장 조사에서 얻을 수 있는 점을 좀 더 나눠보자면 크게 관찰로 사용자의 작업 방식을 분석하는 것(Task 분석)과 관찰 내용을 분석해서 숨겨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으로 구분해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후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간단하게 한다는 게 길어졌네요.
다음 후기는 문화 이벤트 기획자 이야기 입니다. 곧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