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I Korea 2014에서 많은 분들이 ‘Rice Cooker’가 무엇인지 궁금해 하셨을 것 같습니다. 노먼 교수님께서 키노트 초기에 Web, Mobile에 이어 Rice Cooker 이야기를 하셨는데, 통역 없이 진행된 발표라 제대로 알아듣기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키노트 스피치를 시작할 때, 웹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 스마트 폰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 손 들라고 하신 다음, 생뚱맞게 ‘라이스 쿠커’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 손들라고 하셨죠… 이후 진행된 강연에서도 라이스 쿠커 이야기가 계속 나왔는데.. 주위 사람들은 도대체 지금 이야기하는 게 밥솥이 맞냐고 묻는 분위기더군요. 네.. 그 이야기는 밥솥 이야기가 맞았습니다. 노먼 교수님께서 한국에서 미국으로 돌아가신 다음 바로 밥솥 이야기를 정리해서 포스팅 하셨네요. 왜 밥솥이 그렇게 흥미로운 기기인지 저도 그다지 고민해보지 않았는데, 재미있는 주제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아서 노먼 교수님의 허락을 받아서 블로그에 번역 포스팅하게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사실상 밥솥은 현재 집안에 있는 가장 진보된 로봇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로봇들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서로 통신하면서 동작하는 사물 인터넷(IoT) 세상이 곧 온다. 그러니까 앞으로 밥솥과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던 주방가전 등에도 관심을 가져라~ 하는 내용입니다.

Why Rice Cookers Are Exciting

By Donald Norman
https://www.linkedin.com/today/post/article/20140220213117-12181762-why-rice-cookers-are-exciting

rice

가장 강력한 혁신은 우리 삶에 조용히 눈에 띄지 않게 찾아온다. 대중 매체의 주의를 끌지 않으며 과장된 흥분도 동반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날 ‘이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라고 하면서 놀라게 될 것이다.

최근 부엌에서 볼 수 있는 지능형 생활기기를 생각해보자. 이런 지능형 생활기기에는 밥솥, 제빵기, 커피를 분쇄하고 제조하는 기기, 자동 약탕기, 스마트 토스터기, 스마트 그릴 같은 제품이 있다. 이런 기기는 점점 더 진보한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더 많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밥솥을 생각해보자. 밥솥은 얼핏 보기에 똑똑하지 않아 보인다. 부엌 작업대 위에 박스처럼 공간을 차지하고 놓여 있으며 보통은 품위 있거나 스타일이 멋지지도 않다. 이 인상적이지 않은 외형의 요리 기기는 현재  전세계에서 수천만 명 이상 되는 기기 소유자의 생활을 편리하고 단순하게 만들고 있다. 인터넷에 “밥솥을 이용한 요리법”이라고 검색해보면 밥솥이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닭, 생선, 빵에서 초콜릿 케이크까지 다양한 음식을 밥솥으로 만들 수 있다.  좀 더 상세히 살펴보면 여러분은 아마 이 기기의 복잡함에 놀랄 것이다. 이런 기기는 마이크로프로세서, 다수의 온도 센서, 다수의 인덕션 히터 그리고 디스플레이로 구성되며 퍼지 로직 제어 시스템을 적용한 진보된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한다.

한 제조사의 설명을 소개한다 : “이 밥솥에는 컴퓨터 칩이 탑재되어 있으므로 밥솥이 ‘생각’해서 조리 시간과 온도를 조절합니다. 이런 동작은 밥솥 내부의 열 감지 센서 정보를 계산해서 이루어집니다[1].” 밥 짓는 과정을 보면, 밥솥은 불림 시간과 증기가 나오는 시간, 조리 온도를 자동으로 계산해서 밥을 짓고 밥이 다 되면 온도를 보관에 알맞은 수준으로 자동으로 낮춘다. 이렇게 설정된 보온 상태에서는 맛이 변하지 않은 채로 밥을 여러 시간 보관할 수 있다.

왜 나는 밥솥을 그렇게 흥미로워 할까? 그 이유는 밥솥이 미래를 나타내는 표식이기 때문이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센서 달린 스마트 기기, 액추에이터(실린더와 모터 등), 디스플레이가 부엌과 집의 방에서 우리와 함께 생활하면서 우리의 삶을 만들게 될 것이다. 사실, 아직 밥솥과 식기 세척기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 이 기기들은 기기 서로간에도, 집과 다른 서비스와도, 그리고 사람과도 아직 통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 기기들은 곧 통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방 기기들이 주어진 일을 완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경우를 생각해보자. 밥이나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준비했을 때, 기기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서 우리에게 알려주면 어떨까? 그리고 이런 기기들이 서로 동기화해서 작업하게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커피 머신과 제빵기가 있을 때, 제빵기가 케이크 굽기를 막 완료한 그 시점에 커피가 준비되도록 커피 메이커에 미리 커피를 준비하라고 지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비슷한 속성이 이제 다른 모든 생활기기에도 적용된다. 부엌의 온수기는 ‘마이크로 컴퓨터로 동작하는 온도 조절 시스템’을 이용해서 전기 펌프로 물을 공급할 때 물 온도를 다양하게 맞춘다. 뜨거운 물 주전자에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달린 셈이다!

전자레인지는 예전부터 복잡한 프로세서와 센서를 이용해서 언제 음식이 완료되는지 알려준 기기다. 이제 다른 많은 주방 기기들이 진보된 프로세서와 센서, 제어 알고리즘을 내장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수비드 조리기(저온으로 수온 유지), 스팀 오븐, 세탁기, 드라이기 같은 기기가 그렇다. 최근의 식기 세척기는 사실은 센서와 액추에이터를 내장하고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동작하는 정교한 로봇이다. 이상하다고? 여러분은 로봇이 휠이나 다리로 돌아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얼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그렇지는 않다. 산업용 로봇에는 다리나 얼굴이 없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은 제조업을 변화시켰다.

집안의 기기 중에 청소 로봇처럼 우리가 로봇이라고 부르는 기기가 사실은 식기 세척기 같은 다른 홈 가전 제품 보다 훨씬 지능이 낮다는 사실은 재미있다. 제빵기, 커피 메이커 같은 기기는 명백히 로봇이다. 예쁜 커피 메이커는 커피를 갈고, 열을 가하고, 물을 첨가하고, 추출한 다음, 찌꺼기를 처리하는 등의 정교한 동작을 쉽게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한 약탕기 조차도 프로세서와 모터, 화면으로 구성된다. 이런 기기는 로봇 청소기처럼 방을 돌아다니며 귀여운 행동을 하진 못하지만 로봇 청소기처럼 충분히 로봇이라고 부를 수 있다. 어째서 로봇이 사람이 보기에 귀여워야 하는가?

신호가 변하는 것은 단순하고 흔한 일이다. 우리는 일상 생활 용품인 문과 조명 스위치, 자동 온도 조절기와 연기 감지기, 밥솥과 온수기를 언제부터인가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네스트 랩은 집의 자동 온도 조절기와 연기 감지기를 새로 만들어서 큰 돈을 벌었다(정확히는 32억 달러, 3조 4천 억 원이다). 음.. 누가 자동 온도 조절기가 흥미로운 장치라고 했던가?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했을 뿐 아니라 많은 로봇 회사를 인수한 일은 그저 우연히 함께 일어난 것일까? 만약 당신이 어디서 진보가 이루어지는지 알고 싶다면, 우리 일상 생활에서 지금까지 수 십 년, 또는 수 백 년간 변하지 않은 가장 평범하고 필수적인 물건들을 살펴보기 바란다. 이제 그것들을 21세기로 데리고 와야 할 때다.

(네스트 자동 온도 조절기의 동작은 이전의 ‘네스트의 제품 전략과 온도조절기 동작 구조’ 글 참고)
[1] Zojirushi Rice Cooker Comparison Chart. Downloaded Feb. 19, 2014 from  www.zojirushi.com/product/product_rc_01.html#r1
이미지 출처: https://ko.wikipedia.org/wiki/file:Mesh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