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실행, 평가 간의 차이를 최소화하라
사용자와 기기 간에 좋은 인터랙션을 만들기 위해 도널드 노먼의 7단계 인간 행위 모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모형은 사람이 시스템이나 제품을 사용할 때의 행동을 7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좋은 인터랙션 디자인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목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행위 간의 차이가 적어야 하며, 원래 목적과 실제 실행 결과 사이에도 차이가 적어야 합니다.
- 실행차 (Gulf of Execution): 사용자의 목적과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시스템에서 할 수 있는 행위 간의 차이
- 평가차 (Gulf of Evaluation): 원래 목적과 시스템의 실행 결과 간의 차이
실행차와 평가차가 적을 때 사람들은 제품과 시스템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노먼이 소개한 7단계 인간 행위 모형은 목표를 형성하는 하나의 단계와 의도, 행동, 실행으로 이어지는 실행의 세 하위 단계, 그리고 지각, 해석, 평가로 이어지는 평가의 세 하위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도널드 노먼은 자신의 책 『디자인과 인간심리(The Design of Everyday Things)』에서 이 그림을 소개했습니다.
터치 인터페이스의 인터랙션 디자인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등장하면서 터치와 제스처를 이용한 인터페이스가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새로운 인터페이스 방식은 사용하기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사용하기 어려운 형태로 디자인된 경우가 많습니다. 스마트폰에서는 할 수 있는 작업이 제한되어 있어 혼란이 적지만, 태블릿 PC의 경우는 터치 인터페이스의 특성에 맞게 세심하게 설계되지 않을 경우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혼란은 특히 게임에서 두드러집니다. 게임은 즐거움을 위해 표준이 아닌 다양한 조작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는 새로운 게임을 할 때마다 새로운 인터페이스 방식을 배워야 하고, 전반적으로 혼란스러운 사용자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림에 보이는 아이언 맨 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게임 화면 중앙에는 주인공이 서 있고, 주위에는 3차원으로 된 가상의 세계가 보입니다. 당신이 이 게임을 처음 접한 사용자라면 무슨 행동을 하겠습니까? 우선 주인공을 이동시키고 싶을 것입니다. 하지만 화면만 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왼쪽의 레이더처럼 생긴 아이콘과 오른쪽 위의 지도 화면뿐입니다.
저는 이 게임에서 주인공을 어떻게 이동시켜야 할지 바로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주인공 주위의 배경 화면을 손가락으로 터치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시 시도해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배경의 물체를 터치해도, 기기를 기울여 봐도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때서야 빛나는 아이콘들을 유심히 봤고, 왼쪽에 있는 레이더 모양 아이콘이 사실은 가상의 조이스틱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가상의 스틱을 움직여 주인공을 이동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주인공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동시키려면, 먼저 배경 화면을 드래그하여 시점을 변화시킨 다음 가상 스틱을 움직여야 했습니다.
이런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은 사용자가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다양한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가이드는 한 페이지 설명으로 끝나기도 하고, 게임의 경우 걷기, 달리기 등 다양한 행동을 직접 해보며 인터페이스를 익히게 하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디자인은 가이드 없이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표준과 다른 방식으로 디자인한다면 초기 사용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7단계 인간 행위 모형에 적용하면 위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의 목적은 '게임을 진행하는 것'이고, 이 목적을 시스템에 맞는 의도로 변환하면 '주인공을 이동시키는 것'이 됩니다. 주인공을 이동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저는 '배경 터치', '물체 터치', '기기 기울이기'를 정의했습니다. 가장 먼저 화면 속 배경을 터치하는 행동을 실행했지만, 화면에 변화가 없음을 지각하고 주인공의 움직임이 없었다고 해석합니다. 이 결과는 게임을 진행하려는 저의 목적과 차이가 있으며, 그 이유를 제가 터치를 잘못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다른 행동을 시도하게 됩니다.
하나의 게임 조작법을 배웠더라도 다른 게임에서 또 다른 조작법을 배워야 한다면 사용자의 혼란은 계속됩니다. 위 그림의 '아이스 에이지'는 배경을 터치하면 주인공이 그곳으로 이동하고, '슈퍼 몽키볼'은 기기를 기울이는 방향으로 원숭이가 이동합니다. 이처럼 전혀 다른 조작 방식을 가진 게임들을 처음 실행하면, 사용 방법을 배우기 전까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초기에 출시된 아이패드용 앱과 게임 중에는 이처럼 사용법을 알기 어려운 프로그램이 많습니다. 이는 하드웨어 버튼 같은 명확한 인터페이스 장치 없이 터치와 제스처만으로 동작하는 태블릿 PC의 특성에서 비롯됩니다. 기존의 키보드는 화살표 키로, 마우스는 커서와 마우스 오버 효과로 정보를 전달했지만, 터치 인터페이스에서는 화면 자체가 모든 정보를 전달하고 사용자가 터치와 제스처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터치 인터페이스는 기존 방식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참고 자료: 돈 노만 교수님이 직접 설명하는 행위의 7단계
어두운 장소에서 책을 읽겠다는 목표를 세웠을 때,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는 주위를 둘러본 다음 전등을 켠다는 의도를 만들어 냅니다.
전등을 켠다는 의도는 다시 스위치를 누른다는 행위가 되고, 스위치를 누르는 동작을 실행했을 때 전등이 켜지고 그 결과를 지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과를 보니 전등은 켜졌지만 불빛이 너무 어두워 책을 보기 어렵다고 해석합니다. 이 결과는 책을 보려는 목표와 차이가 있으므로 목표가 달성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합니다.
처음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으므로, 다시 전등을 책을 볼 수 있는 위치로 당기는 행위를 정의하고 그것을 실행해서 원하는 바를 이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