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UI 컨설팅을 요청하는 회사들을 만나보면 상황이 다양합니다. 큰 회사지만 화면 설계는 무조건 싸게 맡기면 된다고 생각하는 곳도 있고 작지만 사용자 중심으로 모든 의사 결정을 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때로는 디자이너 한 명도 없는 회사가 UX 중심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모두 다른 것 같지만 잘 살펴보면 기업의 UX 성숙도에는 일정한 수준과 단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의 성숙도는 차근차근 순서대로 높아집니다. 더 큰 관점에서 보자면 기업의 UX 성숙도는 기업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 때 디자인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평가하는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디자인 과정, 즉, 사용자 조사, 제품 리서치와 화면 설계, 비주얼 디자인 등에 어느 정도의 시간과 비용, 인력을 투입하는지가 기업의 UX 성숙도를 결정합니다.

이런 주제에 관해 제이콥 닐슨이 Corporate UX Maturity 글에서 잘 정리한 내용을 소개합니다. 닐슨에 의하면 기업의 UX 성숙도는 다음과 같은 8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1단계 : 사용성을 적대시하는 단계

이 단계는 개발이 가장 우선시되고 사용자가 개발자를 귀찮게 하지 않길 바라는 단계입니다. 개발자는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하는 등의 정보는 듣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선 구현을 완료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관점에서 기능을 개발하고 컴퓨터에서 오류 없이 동작하게 하는 것이 우선 중요한데, 이럴 경우 다른 사람들은 성가신 존재로 느껴질 뿐 입니다. 사용자는 시스템이 사용하기 쉬운지 어려운지에 상관없이 필요하면 그것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1970년대 이전, 컴퓨터 역사의 초기에는 이런 접근이 당연했습니다. 컴퓨터 시스템이 너무 비쌌기 때문에 이 방식이 가장 비용대비 효과가 높았습니다. 1980년대 까지도 사용성을 적대시하는 분위기는 계속되었지만, 그 후 부터는 점차 사용하기 쉬운 제품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드는 시대가 됩니다.

만약 여러분이 속한 회사가 사용성을 적대시하는 단계에 있다면, 사용자 경험(UX)을 전파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편이 좋습니다. 사람들은 정말로 필요하다고 느낄 때 도움을 받아야 가치를 이해합니다.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정보를 줘도 도움이 안됩니다. 구시대적인 생각으로 충분히 곤란을 겪고나면 경영진은 사용성에 관해 고민할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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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개발자 중심 설계 단계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의 회사는 사용하기 쉽게 제품을 설계하는 것의 가치를 이해합니다. 이 시점에 많은 조직이 비슷한 실수를 합니다. 조직에서 내부(개발/디자인)팀이 자신의 직관을 이용해서 제품을 설계하고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는 중대한 착각입니다.

따지고보면 팀 멤버들도 사람이며 그들도 컴퓨터와 웹사이트, 폰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그들도 무엇이 사용하기 쉬운지 어려운지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현재 팀 멤버들은 한 가지 큰 강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이미 제작에 참여했으며 프로젝트 미팅에 참석해서 많은 디자인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이런 접근은 한 가지 분야의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개발 툴 분야입니다. 이는 다른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웹 서버 등의 분야를 말합니다. 아파치, 펄, 리눅스 같은 오픈 소스 프로젝트들은 개발자 중심 접근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도 디자인 팀 외부 사용자의 사용성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제품이 훨씬 좋아질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가 쓰는 제품에 내부팀이 사용하기 쉽다고 생각한 설계를 적용하면 많은 경우 엄청난 문제가 생깁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은 일반 사용자들보다 너무 많은 세부 정보를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용자가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것을 어려워할지 전혀 알지 못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팀 멤버에게 일반 사용자의 행동을 알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습니다. 단지 멤버들이 너무 많은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사용자 수준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법을 익히면 됩니다.

2단계에서 여러분은 큰 이득을 얻습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사용성을 생각하게 됩니다. 이 말은 여러분이 경영진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회사는 고객의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마도 리서치나 사용성 테스트 등에 예산을 받긴 어려울 것입니다. 여러분이 2단계에서 바로 사용성 테스트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더라도 UX 프로세스에 호감을 보이는 사람들을 찾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들은 노력하면 함께 3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3단계: UX를 시도하는 단계

이 단계에서는 조직 구성원들은 내부 디자인 팀에서 개인의 판단으로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닿게 됩니다. 하지만 이 때도 대부분의 디자인 결정은 개인의 판단에 따라 내려집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스스로가 전형적이고 중요한 사용자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이 외부 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알더라도 그것을 얻기 위해서 많은 수고를 하진 않습니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단계에 회사 내부의 몇몇 그룹은 작은 UX 관련 개선을 시도합니다. 누군가가 몇 명의 사용자에게 간단한 테스트를 할 수도 있고, 관리자가 외부 UX 전문가에게 회사의 UX 수준을 파악하는 첫번째 평가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는 조직에서 UX 프로세스를 공식적인 업무 단계로 생각하지 않으며, 미리 예산을 책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위 단계와 다릅니다. 모든 UX 활동과 사용자 조사는 일시적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조직 내에서 사용자 입장을 반영하는 대변인이 방향성을 결정합니다. 이럴 때는 보통 회사 내부에 진행 중인 작업이 있으며 그 중 특정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 UX 활동을 하고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데, 그런 요구에 맞춰 모든 UX 활동이 진행됩니다.

이런 UX 도입 시도는 기초적이지만 효과적입니다. 만약 당신의 회사가 UX에 관련한 어떤 체계적인 개선 노력도 한 적이 없다면 작은 UX 시도로도 상당히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우 쉽게 발견해서 개선할 수 있지만 방치했던 큰 문제를 많이 찾아낼 것입니다.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려면 조직에서 개인의 판단에 따르는 대신 논리적인 접근을 해야하며, 디자인 팀 멤버들이 일반 사용자를 대표하기엔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다음 3단계를 넘어서려면 결과에 따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사용성 원칙을 배우면 차이가 생깁니다. 어떤 경우는 상당히 큰 차이가 생기는데 그 결과는 누구나 느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사용자 경험 설계의 유일한 단점은 그 결과가 너무나 쉽고 명백해 보여서 간결한 해결책을 만드는 엄청난 노력을 경영진이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노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을 막으려면 초기 디자인 아이디어를 보관하고, 엉성한 초기 시안과 이후의 개선되는 안들을 비교하면서 보여줘야 합니다.

4단계: UX 예산을 별도 책정하는 단계

다양한 상황에서 회사가 UX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적은 예산으로 사용성 연구를 수행했던 관리자가 승진해서 큰 예산을 다루게 되었을 수도 있고, 최고 임원이 품질 특성 중에 사용하기 쉬운 제품에 집중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에 UX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3단계의 작은 단발성 UX 프로젝트가 의사결정권자의 눈에 들었고, 사용자 경험 수준을 높이면 회사 이익이 늘어날거라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3단계와 4단계의 가장 큰 차이는 UX를 위한 별도 예산을 책정하는지 여부에 있습니다. 적더라도 예산을 미리 마련하면 UX 활동을 계획해서 진행하는 것입니다. 3단계까지는 다른 품질 관리 활동은 미리 계획하더라도 UX 관련 활동은 단발성으로 진행합니다.

회사 규모에 따라서 UX 예산은 직원 한 명 근무시간의 일부로 정해질 수도 있고 풀 타임 UX 전문가 몇 명으로 구성될 수도 있습니다. 4단계에서 UX 스태프는 회사내에 흩어져서 일하며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갖추진 못합니다. 하지만 최소한 그들의 업무 역할에는 UX, 사용성 등의 항목이 포함되며 테스트할 사용자를 모집할 비용 등은 미리 확보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회사 사람들은 UX를 살짝 뿌려서 UI를 빛나게하는 마법의 약처럼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용성 방법론은 사용자 테스트인데 부적절하게도 테스트는 개발 마지막 단계에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일부 개발된 다음 수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성공적인 사례와는 반대입니다. 테스트는 초기부터 자주 수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기에는 종이 프로토타입 등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구현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 수록 관리자가 구조 변경을 결정하기는 어려워집니다. 하지만 언제나 실제 사용자가 디자인을 접한 다음에 많은 변경이 필요하므로, 초기부터 사용자와 함께 디자인을 검증하는 것이 좋습니다.

4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더 높은 ROI(투자대비수익)를 증명해야 합니다. 3단계에서 4단계로 갈 때 의미있는 결과를 얻기는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회사에서 처음으로 UX/사용성 프로젝트를 수행한다면 분명히 인상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UX 예산을 따낸다면 4단계로 진전은 쉽게 이루어집니다.

예산을 확보한 상태에서 UX 관련 투자 확대를 정당화하려면 더 큰 개선이 필요합니다. 사용성 방법론들이 대단히 높은 ROI를 제공하지만 이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여러 성공 사례가 필요합니다. UX 방법론을 적용해서 높은 전환율을 보여준 서비스의 사례, 제품 문의 수가 줄어든 지원 센터 사례, 인트라넷 생산성이 높아진 사례, 또는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에 관한 사례 등이 있으면 좋습니다.

UX 프로젝트에서 얻은 성과가 훌륭하고 수집한 비즈니스 사례가 설득력이 있다면 5단계로 넘어갈 준비가 된 것입니다. 5단계는 사용성이 잘 관리되는 단계입니다. 

5~8단계: 다음 글에 계속

4단계에서 회사 구성원들은 UX에 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최종 UX 성숙도에 해당하는 8단계까지 갈 길이 멉니다. 숫자로 보면 4단계가 중간에 해당하지만 이후 4단계의 진행은 앞 4단계 보다 훨씬 느립니다. 

다음 글에서 왜 그런지 살펴보고 여러분의 회사가 어떻게 UX 성숙도를 계속 높일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UX 성숙도 5~8단계 내용을 기대해주세요. 

이글은 NNGroup의 허락을 받고 작성했습니다. 한글판 권리는 디자인엑스에 있으며 글 출처 URL을 표기하고 인용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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