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노먼 교수님께 보내드릴 ‘오래가는 UX 디자인’ 책의 영문판을 만들었습니다. 다음 주 HCI 학회에서 노먼 교수님을 만나 뵙고 말씀 나누기로 했는데, 이번에 제 책의 영문 버전을 보고 싶다고 하셔서 대략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알파 버전의 영문판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추천사를 받을 당시에는 1~2장 내용을 빼고 3~6장 부분만 급히 영문으로 만들어서 보내드렸는데.. 이제 1~2장을 포함한 책 전체가 영문으로 만들어졌고 다이어그램도 번역해서 대략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게 했으니 보시고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합니다.
많은 분들이 450페이지가 넘는 책을 어떻게 영문으로 만들어서 전달했는지 궁금해 하셔서 간단하게 과정을 공개하겠습니다. 몇 백 페이지가 넘는 문서를 직접 일일이 번역하는 일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듭니다. 보통 영어로 된 원서 책이 한국어판으로 나오기 까지 6개월~2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번역자가 번역한 다음 교정, 교열하고 본문과 그림을 편집한 다음, 다시 오탈자 수정 등을 반복하다 보면 그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니 빠르게 주요 내용을 전달해야 할 때 한국어로 된 몇 백 페이지를 직접 영어로 번역하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동 번역을 사용해야 하는데, 우선 수동으로 번역할 부분, 직접 요약할 부분, 자동으로 번역할 부분을 나눠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목차와 핵심 부분을 설명한 요약본을 따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제 책 같은 경우는 예제 사진과 그림이 많습니다. 그래서 제목, 예제 그림, 그림 설명만 대략 이해하면 책 구성과 내용을 파악하는 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본문 제목, 그림 제목, 그림 설명은 완전 엉터리 번역이 된 것이 아닌지 확인해서 이상하면 일일이 수정을 했습니다. 만약 그림과 사진이 많지 않은 텍스트 위주의 문서라면 자동 번역으로는 좀 곤란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저는 글을 쓸 때 목록을 (땡땡이 등으로) 나눠서 나열되는 항목을 쉽게 볼 수 있게 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어 문서가 뷸릿 등으로 잘 정리되어 있으면 번역기를 돌려도 괜찮은 수준으로 번역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책에 실린 최종 문장은 초고를 수없이 뜯어 고쳐서 읽기 쉽게 만든 문장입니다. 출판사(한빛 미디어)에서 교정 교열 작업을 하면서 저 포함 세 명 이상의 검토자가 3~4 번을 다시 보면서 문장을 고쳐서 최종 원고가 나왔습니다. 그러니까 문장을 읽기 쉽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글이지요. 이렇게 해서 사람이 읽기 쉬운 글이 나오면 이런 글은 기계가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단어의 선택에서도 쉬운 단어로 풀어 쓴 글은 번역기로 돌려도 대부분 이해할 수 있는 문장으로 번역되어서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주어와 서술어 관계가 명확하고 복문으로 연결하지 않고 단문으로 읽기 쉽게 만든 문장이 좋습니다.
그 다음 또 하나의 도전은.. 기존의 문서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번역을 하는 것입니다(위 사진에 무려 테이블 형태가 살아있죠). 이게 정말 고 난이도의 스킬을 요구합니다. 우선 어떤 자동 번역 솔루션(?)을 사용할 것인지 정하고 어떤 파일 포맷을 지원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국내에는 몇 가지 유료 자동 번역 솔루션이 있는데, 아주 부담되는 가격은 아니니 결과를 테스트해보고 사용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구글 번역기를 사용했는데, 글의 분야에 따라 더 나은 결과를 내는 번역기가 다른 것 같습니다. 번역기의 번역 품질은 전문 용어 사전이 좌우하는데 확보된 사전의 양과 질에 따라 결과물에 차이가 나겠습니다. IT 분야의 글은 구글 번역기와 다른 유료 번역기의 번역 결과를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내용 수준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솔루션과 상관 없이 어차피 자동 번역은 대충 알아볼 정도로 밖에 번역이 안됩니다. 그리고 예전에 어느 신문 기사에 구글 번역기로 한국어를 일본어로 바꾼 다음 다시 영어로 바꾸는 것이 바로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것 보다 낫다고 했는데.. 테스트 해 본 결과 어떤 문장은 바로 돌린 게 낫고 어떤 문장은 한번 더 거친 게 나아서 그냥 한국어를 영어로 바로 변환했습니다. 이 경우 아래의 2번 기술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 한국어 문서를 영문으로 자동 번역하기
- MS 워드, 어도비 인디자인 등에서 html로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서 문서를 html로 저장한다.
- 특정한 용어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는 해당 용어를 영어 용어로 우선 치환한다. (어포던스, 시그니파이어, 피드백 등등.. 하지만 ‘대응’ 같은 단어를 바로 치환하면 ‘문제에 대응하는’을 ‘문제에 mapping하는’ 과 같이 이상해지니 주의)
- html 문서를 브라우저로 띄워서 자동 번역 기능으로 번역한다.
- 번역된 html 문서를 저장한다.
- 저장한 문서를 편집기(MS 워드, 인디자인 등)에서 다시 불러오기 한다.
- 적당히 가공해서 결과물을 만든다.
위 과정을 거친 다음 그림과 다이어그램에 사용된 한글을 몽땅 영어로 바꿔서(수동) 원래 자리에 넣으면 대략 알아볼 수 있는 영문 문서가 만들어집니다. 쉬운 작업이 아니죠.. ^^
특히 위의 3~5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오류들이 엄청나게 생깁니다. html로 내보내기 하고 다시 가져오기 하는 과정에서 편집기(MS Word등)가 수없이 오류를 내고 종료하기도 했는데.. 해결책은 본인이 찾아내는 수 밖에 없습니다. 문서 구조와 편집기 버전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구조적으로 볼 때 문서에 스타일을 잘 적용해서 만들었다면 변환 과정에서 오류의 확률이 적습니다. 저는 450여 페이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스타일을 적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그나마 오류가 적어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 설명은 이 정도로 하구요. 노먼 교수님께 드리기 위해서 제 책의 내용을 one simple diagram으로 만든 것을 공개합니다.
혹시나 초기 베타 버전의 영문판 책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 주시면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번역 수준은 높지 않으니 한국어 책을 볼 수 있는 분이 보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고, 영어 사용자가 내용을 대략 이해하는 목적으로는 적합할 것 같습니다.
- For English Users:
- If you want to read my book ‘Long Lasting UX Design : 오래가는 UX 디자인’ in English, Please feel free to contact me. Send a mail to ‘bahnsnext @gmail dot com’ with your comment, then I will reply to your mail.
(오래가는 UX 디자인[Long Lasting UX Design] – Basic design principles for the mobile age, recommended by Donald A. Norman, written by Junecheol Bahn, Hanbit 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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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Thank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