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교육계의 사용자 경험(UX) – 거꾸로교실

에 의해서 | 2014-06-24 | Mobile & UX | 코멘트 0개

거꾸로교실이라는 용어를 아십니까? 최근 교육계에서는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역전 학습이라고도 하는 이 수업 방법은 예습, 수업, 복습으로 진행되던 전통적인 교육 방식을 뒤집어 본 수업 내용을 교사가 영상으로 만들어 미리 학습시키고 수업 시간에는 상호 작용, 심화 학습을 진행하는 수업 형태입니다. 국어 25점 받던 친구를 81점 받는 우등생으로 만들었다는 거꾸로교실의 힘을 살펴보겠습니다.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이란?

위키피디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문 위키 기준, 정PD님 의견 반영 )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은 혼합형 학습의 한 형태이다. 학생들은 집에서 온라인 비디오 강의를 보면서 새로운 수업 내용을 배운다. 반면 수업시간에는 교과내용 전달 대신 숙제로 내던 과제를 교사와 학생이 보다 개인화된 지도 속에서 상호작용하며 수행한다. 이 방식은 플립러닝, 플립드러닝, 역전 학습(Flipped Learning), 역진행 수업, 뒤집힌 수업 등으로도 불린다.

Flip teaching or a flipped classroom is a form of blended learning in which students learn new content online by watching video lectures, usually at home, and what used to be homework (assigned problems) is now done in class with teachers offering more personalized guidance and interaction with students, instead of lecturing. This is also known asbackwards classroom, flipped classroom, reverse teaching, and the Thayer Method.”[1][2][3]

거꾸로교실이라는 키워드는 KBS에서 ‘21세기 교육혁명 – 미래교실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면서 우리에게 알려졌습니다. 총 3회 방영 했는데 다큐멘터리와 관련 자료는 거꾸로교실 다큐 사이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무너져 가는 한국의 공교육

최근 가장 큰 사회 문제로 학교 교육의 붕괴, 공교육의 위기가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는 자고 수업은 학원에서 듣는다는 암울한 이야기를 주위에서 종종 들었습니다. 이런 문제가 생기기까지 입시 위주 서열화 교육, 부모의 과잉보호, 과도한 사교육 등 많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교육 시스템이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이유가 그 중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근에 정부에서 추진한 것이 전자 교과서인데.. 큰 돈을 들여서 시범 사업을 하고 있지만 효과에 의구심을 보이는 교사들이 많아 보입니다.

예전에 애플이 전자교과서 저작 툴 iBooks Author 무료 배포를 발표했을 때 제가 한 교사에게 앞으로 학교 교재가 전자 교과서로 바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가 혼쭐난 적이 있습니다. 친한 지인으로 진보 교육을 외치는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전자교과서 사업은 태블릿 팔려는 거대기업의 로비로 진행되는 거라고 아주 부정적으로 이야기 하더군요. 이처럼 지금까지 국내의 많은 사업이 행정 전문가와 일부 기업의 주도로 진행되어 현장에서 외면 받고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디지털 교과서 사업도 먼저 교사와 학생의 경험(UX)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연구한 다음 그것을 구현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오래가는 UX 디자인 책의 경험 중심 디자인 참고), 지금까지의 사업은 기존 종이와 연필로 하던 수업을 태블릿과 터치 펜으로 바꾼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기 보급프로세스 자동화를 목표로 사업이 진행되는 것이죠. 현재 디지털 교과서는 종이 책 내용을 태블릿으로 볼 수 있게 하고 문제 풀이, 점수 채점 및 확인 등을 자동화하고 멀티미디어 보조 자료를 제공하는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런 식이면 디지털 교과서가 기존의 교육 방식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지 최신 기술을 이용할 때 생기는 가능성은 활용하지 못하게 됩니다(관련글 참고). 즉, 최신 기기를 활용한 활발한 의사소통, 협업, 다양한 미디어를 통한 풍부한 체험 등과는 멀어지게 됩니다.

이 캡쳐 화면을 보시면 졸고 있는 준성이와 정민이가 보입니다. 어느 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죠. 방송에서 저 아이들의 실명을 자막 처리해서 내보내는 것을 보고.. 저래도 되는 건가? 하고 생각하면서 좀 놀랐습니다. ‘졸리게 수업하는 선생님’과 ‘조는 학생’으로 방송을 타는 게 유쾌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후에 소개해 드립니다.

공교육 붕괴 위기, 대안은 없을까?

일부 선생님 사이에서 거꾸로교실이 혁신적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는.. 정말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에 의하면 거꾸로교실 첫 수업부터 학생들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였습니다. 선생님이 준비한 10여분짜리 영상을 미리보고 수업 시간에는 관련 활동을 하는데.. 일단 활동 중심의 교육이라 조는 학생이 한 명도 없어진다는 놀라운 차이가 생깁니다. 수업 방식을 간단히 정리하면..

거꾸로교실 수업 방식

  • 교사가 수업 내용을 미리 10~15분 분량의 영상으로 제작한다.
    (45분 수업에서 꼭 설명해야 하는 내용을 간추려서 영상에 반영)
  • 학생들은 수업 시작 전에 미리 영상을 보고 수업에 참여한다.
    (집에서 보고 오라고 하지만 학교 쉬는 시간, 점심시간을 활용하기도 한다)
  • 수업은 참여식 수업으로 진행된다. 핵심 내용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다양한 모둠활동으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한다.
  • 평가/시험은 기존과 같은 식으로 치뤄진다.
  • 학생들은 시험준비 할 때 선생님의 설명 영상을 다시 볼 수 있다.

대략 이런 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집니다. 45분(중학교)~50분(고등학교) 만에 강의를 마무리 해야 하므로 복잡한 활동보다는 빠르게 수행 가능한 활동으로 수업이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거꾸로교실의 효과?

결론부터 미리 보여드리는 게 좋겠네요. 결과는 정말 놀라웠습니다. 학교 교육이 활동 중심 교육으로 바뀌자 기존에 수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던 친구들이 대거 우등생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효과는 놀라우면서도 예상과 달랐습니다. 모든 학생의 성적이 골고루 오른 것이 아니고 특정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오르는 변화가 생겼습니다. 특히 중하위권이라고 일컬어지는 학생들의 성적이 30~40점 올라가는 하위권의 반란 현상이 두드러집니다. 학생들 성적이 좋지 않은 가장 큰 이유가 소위 말하는 머리가 나빠서(이해력, 암기력 부족)가 아니고 흥미가 없어서 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거꾸로교실의 효과 분석

찬찬히 효과를 살펴볼까요?

1학기말 거꾸로교실 이전의 성적과 이후(2학기) 성적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납니다. 대략 느낀 점을 정리하자면..

거꾸로교실의 성과 느낀 점

  • 200여명 학생 중에 60% 이상 성적이 올랐으므로 충분히 가치가 있어 보인다.
    • 한 학기 만에 85% 학생의 성적 향상은 정말 놀라운 성과다.
    • 그 중에 40~50점의 성적 상승은 더 놀랍다.
    • 과정을 잘 연구하고 정착시킬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 같다.
  • 국어라는 교과목의 특성이 반영된 것 같다
    • 학생 인터뷰대로 ‘공부해도 성적이 안 오르는‘ 모국어 과목 특성상 활동 중심의 교육이 이해력 향상, 표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 사실 다른 과목이라도 자료 정리, 발표 등을 반복하면 국어 실력은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 고무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10%~30% 학생은 성적이 떨어졌다.
    • 선생님의 강의가 더 도움된다고 느끼는 학생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 효과적인 활동을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어렵다. 물론, 강의식 수업을 잘 하기도 어렵다.
    • 교사에 따라 기술의 활용 수준 등이 달라서 교육 방식이 크게 다를 것 같다.
  • 복잡한 교과 과정이라면 충분한 설명(강의) 시간이 확보되어야 할 듯 하다.
    • 초중학교 과정에서는 활동식 수업이 상당히 효과적일 것 같다.
    • 다큐에서도 중학교 국어와 함께 진행한 영어, 사회 과목 사례는 덜 인상적이었는지 상세히 소개하지 않았다.
    • 수학, 과학 등은 내용을 이해시키기도 어려운데 활동으로 연결하기는 더 어려울 듯 하다.

거꾸로교실의 성과 느낀 점

  • 성적 분포가 정규 분포에서 역삼각형 구조로 바뀌었다
    • 학생들의 성적 분포가 중간이 다수인 정규 분포에서 역삼각형 형태로 바뀌었다.
    • 거꾸로교실 초기까지 협조하지 않거나 적응하지 못한 10~39점 구간 20여명이 2학기 말에는 효과적인 참여자로 변했다.
  • 스티브 잡스를 공교육으로 불러들였다
    • 학교 생활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창의적 인재를 공교육 안에 포괄할 수 있게 되었다.
    • 무엇보다 30~50점씩 점수가 올라간 친구들은.. 살아가는데 큰 자신감을 얻지 않았을까 한다. 공부와 성적 컴플렉스로 항상 위축되어 있던 친구들이 나도 할 수 있구나 하고 느끼면 크게 달라지기 마련이다.
  • 전반적으로 밝아진 학교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 학생들이 한결 밝아지고 학교 가기가 기다려진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 고 3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무사히 마친 것도 훌륭하고, 학부모의 긍정적 반응도 좋아 보인다.
    • 방송에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했을 텐데,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성과를 얻은 것 같다.

교육 분야 사용자 경험(UX)의 혁신, 거꾸로교실

UX, 인지심리 분야의 대가 도널드 노먼 교수님은 오래가는 UX 디자인 추천사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육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거꾸로교실은 대표적인 변화의 흐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의료계(환자 중심의 혁신), 교육계(거꾸로교실), 일부 정부 부처(서비스디자인 적용) 까지. 정말 변하지 않을 것 같던 조직이 이제 변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변화의 방향성을 잘 보면 기술 제공, 기능 충족 관점에서 사람의 만족과 행복을 위한 것으로 관심사가 변한다는 점을 느끼실 것입니다.

교육 분야는 지금까지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진 19세기 교육방식이 근본적으로는 거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왔는데.. 이제 더 이상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지점까지 온 것 같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마트 폰을 반납하는 일이라는데, 학습에 충분히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는 최신 기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점이 아이러니하죠. 영어 문화권에서는 이미 최고의 교육이 온라인 대학 강의로 무료 배포되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가르치는 역할에서 활동을 조직하고 돕는 진행자 역할로 바뀌게 될 것 같습니다.

변화의 시기에는 항상 위기와 기회가 교차합니다. 당장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를 지원하는 많은 해결책이 필요하겠죠. 기획자, 디자이너는 열린 마음으로 관련 내용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늘은 평소 공교육 실종 사태에 가슴 아파하다 희망의 빛을 발견하고 감명받아서 관련 내용을 포스팅 합니다. 대한민국의 공교육이 변화해서 학교가 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없는 곳이었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링크
거꾸로교실 다큐멘터리 사이트: https://www.futureclassroom.co.kr/wp/
취재기·제작기: https://kpfbooks.tistory.com/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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