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아이팟을 사용해 보셨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음악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거나 스트리밍해서 듣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팟 사용자를 보기 쉽지 않지만, 아이팟은 쓰러져가는 애플을 되살린 효자 상품이었습니다. 애플은 아이팟의 인터페이스로 클릭 휠(click wheel)이라는 특별한 장치를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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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이팟을 메인 기기로 사용한 적이 없어서 클릭 휠을 유심히 살펴보지 않았는데, 최근 클릭 휠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이게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는 장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클릭 휠은 이름 그대로 휠에서 딸깍딸깍(클릭클릭) 소리가 나서 클릭 휠이라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딸깍딸깍 소리의 정체를 아시나요? 이 장치를 잠깐 사용했을 때는 하드웨어적인 기어 같은 것이 있어서 클릭 소리를 내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손의 반응에 따라서 경쾌하게 딸각거리는 소리가 났으니까요. 일단 소리를 들어볼까요?

 

아이팟 클릭휠 소리

 

손의 움직임에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이 클릭 소리는 기계적인 휠 같은 장치가 내는 소리가 아닙니다.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서 스피커로 출력되는 소리입니다. 아이팟은 음악 듣는 스피커가 없는데 무슨 소리냐구요? 네, 음악 출력은 안되지만 이 클릭 휠 소리를 내기 위해서 전용 스피커를 내장한 것입니다.

그 다음에 한 가지 테스트를 더 해봤습니다. 예전에 아이팟을 사용하면서 클릭 휠을 돌릴 때 작은 진동이나 휠의 걸림 같은 것을 느낀 것 같아서 정말 그런지 확인해봤습니다. 소리가 안 들리게 귀마개를 하고 휠을 조작해 본 결과, 진동이나 특별한 촉감(햅틱 피드백)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클릭 소리가 들리니까 뭔가 촉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낼 수 없어서 내부 구조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구글 님께 물어서 확인한 결과 내부 구조가 보이네요. 다음 사진을 보면 내부는 물리적 장치를 넣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휠 부분은 멀티 터치가 되는 플라스틱 커버고 휠 아래에 버튼이 5개 있습니다. 이런 구조에서 물리적 기어의 걸림 같은 촉감은 생길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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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ujiholic-technoholic

 

이로써 오직 스피커 출력으로 클릭 소리를 냈다는 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하나 더하자면 아이팟은 설정에 Clicker라는 항목이 있는데 여기서 클릭 소리를 스피커로 나게 할 것인지, 이어폰으로 나게 할 것인지, 혹은 두 곳에 다 나게 할 것인지 정할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클릭 휠이라는 혁신적인 UI가 아이팟의 성공을 가져왔다고 소개했는데, 이렇게 내부 구조를 살펴보니 당시(2004) 기준으로 확실히 놀라운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2001년~2003년까지 아이팟에는 스크롤 휠, 터치 휠 장치가 사용되었습니다(Identifying iPod models 참고).

지금까지 설명대로 아이팟의 클릭휠은 스피커의 딸깍거리는 소리로 햅틱 피드백 흉내를 냈고 이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저처럼 휠을 조작하면서 물리적(햅틱) 피드백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이것은 청각 피드백을 이용해서 촉각 피드백을 흉내 냈고 그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말합니다. 게임 하는 사람들은 흔히 전투할 때 타격감이 좋은지 나쁜지를 게임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전투할 때 상대를 타격하는 느낌을 말하는 타격감은 주로 청각으로 촉각(햅틱)을 얼마나 간접적으로 잘 느끼게 하는지에 달려있습니다. 마우스를 누르는 바로 그 순간 정확하게 때리는 느낌, 베는 느낌, 총 쏘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 것이죠. 애플의 클릭 휠은 게임의 타격감에 해당하는 조작감을 잘 구현한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Apple - Apple Watch - Introducing Apple Watch_mp4_-103

 

제가 이렇게 클릭 휠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애플 와치의 용두(디지털 크라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애플 와치에는 아이팟(클릭 휠), 아이폰(멀티 터치) 이후 새로운 인터페이스 장치가 들어갑니다. 바로 용두와 탭틱 엔진입니다.

애플 와치에서 애플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조작감을 선보입니다. 아이팟에서는 흉내내기에 불과했지만 이제 제대로 된 햅틱 엔진이 기기 내에 들어갑니다. 애플의 설명에 의하면 특별한 방수 스피커와 탭틱(Taptic) 엔진이 햅틱 피드백을 담당한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특수한 진동(햅틱 피드백)과 끼릭끼릭 하는 소리가 함께 조작감을 구현하게 되는 것이죠. 기술이 발전하면 용두를 돌릴 때도 이것이 물리적 시계의 용두인지(물리적 기어가 맞물리는 느낌) 아니면 전자 기기의 휠 인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피드백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UI 조작 과정에도 진짜 물리적 장치를 조작하는 듯 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할 것 같습니다.

애플의 탭틱 엔진은 이 외에도 다양한 작업에 활용됩니다. 시계에서 전달하는 알림에는 종류가 다양한데, 사용자에게 알림의 종류마다 다른 진동(촉감)으로 이벤트를 알린다고 하네요. 또한 스케치와 손길의 느낌, 심장 박동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적당한 떨림을 함께 전달해서 효과를 높일 수 있겠습니다. 기존의 기술(진동장치)로도 비슷한 구현은 가능하겠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기기의 진동까지 디자인하는 섬세한 노력이 지금의 애플을 만든 것 같습니다.

이상을 정리하자면 제가 전하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앞으로 모바일 기기, 웨어러블 기기에서 조작감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리고 그 조작감의 구현에는 햅틱 피드백과 감각을 보완, 증폭하는 청각 피드백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

타격감이 좋은 게임이 인기가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조작감이 좋은 디바이스가 인기를 끌게 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글은 테크포럼 세미나에서 소개할 내용 중 일부입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UI/UX 설계 방안 및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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