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 디자인(Intuitive Design)

에 의해서 | 2011-02-07 | 오래가는 UX디자인 | 4 코멘트

최근에는 직관적인 디자인의 제품이라는 말을 주위에서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라는 용어는 머리로 계산하거나 생각하지 않고 바로 사용법을 알 수 있는 제품을 이야기 합니다. 이 글에서는 이보다 약간 다르게 디자인 방법론의 종류 중 하나로 직관적인 디자인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직관(Intuition)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디자인 방법을 말합니다. 애플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디자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 직관적 디자인에 대해서 소개합니다.


[오래가는 인터랙션 디자인 #5] 직관적 디자인

직관적 디자인(Intuitive Design)은 디자이너의 직관과 통찰력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는 디자인 방식이다. 직관적 디자인은 이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제품을 만들거나 기존에 있던 제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구성 할 때 필요하다.

직관적 디자인 방법은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법과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사용자 중심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사용자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지를 항상 확인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점을 개선하고 불편해 하는 요소들을 보완해서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사용자 중심 디자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자에게 물어보고 검증 받아서 하는 디자인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방식으로는 기존보다 약간 개선된 제품을 만들 수 있지만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제품은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다.

마우스가 처음 나왔을 때를 생각해 보자. 키보드와 텍스트 단말기에 익숙한 사용자들을 모아두고 마우스를 보여주면서 이것이 마음에 드는지, 구입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본다면 어떤 답변을 얻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의미 있는 답변을 얻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람들이 마우스라는 입력 장치가 정말로 필요한지 느끼는 순간은 잘 설계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를 갖춘 OS와 거기서 동작하는 사용하기 편리한 프로그램들이 함께 제공될 때이다. 실제로 마우스의 발명은 1970년대에 Xerox PARC 연구소에서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84년 애플이 매킨토시를 출시하고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마우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부터였다. 마우스가 처음 나왔을 때 평론가들은 이 장치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알기 어렵고, 사용시 작은 마우스 포인터에 정신을 집중하느라 쉽게 피곤해 질 수 있다는 비판들을 했었다. 만약 이때 사용자 중심 디자인 방법을 적용해서 사용자들의 의견을 들었고, 그들이 비평가처럼 불평한 내용이 디자인에 반영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마우스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직관적 디자인은 디자인 과정을 사용자에게 검증 받는 사용자 중심 디자인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관적 디자인에서는 사용자를 완전히 무시하고 디자인을 해도 된다고 오해를 해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직관적 디자인은 사용자들 자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사용자 욕구와 필요, 목표 같은 것을 정확하게 읽어서 그것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 사용자의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는 사용자 만족, 이것이 직관적 디자인이 추구하는 바라고 할 수 있다.

마우스의 예를 다시 들면,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제공되면 사용자들은 화면에 보이는 요소들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게 된다. 특히, 표 계산 프로그램과 그래픽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좀 더 정교한 형태로 화면 상의 요소를 조작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화면 요소를 키보드를 이용해서 조작하거나, 화면 자체를 특수한 펜으로 터치해서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용의 편리성, 정확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감안해서 많은 고민 끝에 애플은 마우스를 채택했을 것이고, 이 결정으로 인해 우리가 지금까지 마우스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 것이다.

오리지널 iPod(2001.10)과 세대별 iPod 디자인의 변화

아이팟도 직관적 디자인을 대표하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아이팟을 처음 사용할 때 혼란스러워 하는 점이 있는데, 아이팟에는 전원 버튼이 없다는 것이다. 아이팟에는 전원 버튼뿐 아니라 별도의 볼륨 조절 버튼도 없고, 클릭 휠을 이용해서 메뉴를 선택하고 볼륨을 조절한다. mp3 플레이어에서 전원과 볼륨 버튼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고, 인터페이스 설계 시 설계에 맞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전원 버튼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기 상태에서 사용하는 전류의 양을 전원을 껐을 때와 차이가 없을 정도로 아주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것은 기술적 뒷받침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직관적 디자인에 대해서 흔히 할 수 있는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우선, 직관적 디자인이 혼자서 모든 디자인을 하는 천재적 디자인과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리고, 직관적 디자인을 위해서는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중요하고, 우연히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경치 좋은 야외 같은 창조적인 환경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이런 생각들은 일부 옳은 면들이 있지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부족한 점이 많다.

우선 직관적인 디자인은 한 사람의 아이디어로 모든 디자인을 진행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직관적 디자인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에서 디자이너는 다양한 미팅을 통해 아이디어를 완성시켜 나간다. 애플에서는 먼저 10개의 창조적인 디자인을 만들고 그것을 3개로 줄이고, 다시 1개로 줄여 최종 제품을 만든다고 한다. 디자인 과정의 모호성을 없애기 위해 정확한 모형을 만들고, 디자인 과정에 대한 공유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애플의 디자인 과정을 잘 살펴보면 이 디자인 과정은 크게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브레인스토밍과 모형 제작으로 디자이너의 창조적인 직관과 통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한다. 그 다음 제작 미팅을 통해 창조적 아이디어가 실제 구현 될 수 있는지 검증하고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다. 그리고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디자인 결과를 경영진과 공유한다. 이와 같이 성공하는 직관적 디자인은 디자이너 개인의 창조적 능력에 디자이너의 직관과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프로세스를 결합했을 때 만들어진다.

사람들이 쉽게 가지는 그 다음 오해는 직관적인 디자인에는 우연히 발견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찾는 노력 외에 특별히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직관과 통찰에 관한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뉴턴의 사과 이야기 일 것 이다. 뉴턴이 사과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 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잘 생각 해보자. 뉴턴이 다른 노력 없이 완벽한 무의 상태에서 단지 사과가 떨어지는 것만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뉴턴은 그 이전에 사물간에 알 수 없는 힘이 작용을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뉴턴은 물리학, 수학, 천문학, 연금술 등에서 중요한 이론을 만들어 낼 정도로 많은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가진 과거의 경험과 연구 결과들, 그리고 다양한 관심사와 그에 대한 지식들이 모두 상호작용을 했고 모든 것이 무르익은 시점에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그는 만유인력에 대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윌리엄 더건은 자신의 책 제7의 감각, 전략적 직관(Strategic Intuition)에서 오랫동안 고민하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섬광 같은 통찰력을 전략적 직관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획기적인 돌파구를 만드는 사고의 도약은 섬광 같은 통찰력에 의해서 일어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은 머릿속의 파편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정렬되고, 조각들이 갑자기 새로운 방식으로 정렬되고 합쳐지면서 일어난다고 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머릿속의 파편과 조각이 우선 존재하고, 그것이 새로운 방식으로 합해지면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다양한 생각의 조각들이 먼저 존재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나는 그의 설명이 직관적인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잘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을 나는 장작더미에 불이 붙는 과정에 비유하고자 한다. 머리 속의 파편과 생각의 조각들은 다양한 장작과 탈 것들에 해당한다. 충분한 탈 것들이 마련되어 있으면 생각보다 쉽게 불을 붙일 수 있다. 하지만 탈 것들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아무리 불을 붙여도 제대로 불이 붙지 않을 것이다. 탈 것이 없을 경우는 불이 붙었다 하더라도 그 불이 꺼진 다음에는 다시 불씨를 살리기 어려울 것이다. 뉴턴에게 있어서는 그가 했던 여러 가지 연구와 발견들, 다양한 관심과 지식들이 잘 준비된 탈 것들에 해당한다. 많은 장작과 탈 것들이 준비되어 있었기 때문에 뉴턴은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얻은 작은 불씨만 가지고 큰 불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직관적 디자인은 직관과 통찰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양한 분야의 관심사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경험하고 연구할 때 나올 수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직관적 디자인 방법에 대해 좀 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예를 제시하기 위해서 위해서 애플의 디자인 원칙에 대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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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1. 모모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답장
    • friendbahn

      넵. 감사합니다.
      제가 많은 고민을 해서 올린 글인데, 함께 공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답장
  2. 모모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답장
    • friendbahn

      네. 댓글 감사합니다.
      이글은 특히 고민을 많이 한 글인데, 일반 대중보다는 소수의 비슷한 코드를 가진 분들이 공감 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은 MBTI에서 N기능을 잘 사용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글이지요.. ^^

      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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