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3가 드디어 첫 고객에게 인도되었습니다. 이후 뉴스가 쏟아지는데 그 중 하나가 강하게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테슬라의 모델3 출시는 아이폰 등장 만큼이나 큰 사건이 될 것이다’ 라는 애플 애널리스트의 말을 소개한 기사입니다.

내용을 다 읽어보지 않아도 이제 때가 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3를 기점으로 이제 자동차가 진짜 변할 때가 온 것입니다. 누군가 정말 모델3가 아이폰 만큼 세상을 변화시킬 것인지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그럴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엘런 머스크가 테슬라 모델 3를 아이폰처럼 극비리에 개발하지 않아서 신선한 느낌은 적지만, 사실 모델 3는 대단히 놀라운 제품입니다. 이 차의 출시와 함께 앞으로 우리가 탈 차와 우리가 사는 방식은 크게 바뀔 것입니다.

자동차는 스마트폰 처럼 쉽게 접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라 이런 뉴스가 잘 와 닿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모델 3 출시를 계기로 관련 정보를 찾아봤는데 테슬라 전기차가 어떤 의도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려주는 자료는 잘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폰 출시 때도 많은 기사가 나왔지만 진짜 핵심은 스티브 잡스의 발표에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심은 엘런 머스크가 가장 잘 정리해 주었습니다. 테슬라 모델 3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엘런 머스크는 왜, 어떻게 테슬라의 제품들을 만들었는지 소개합니다.

엘런 머스크의 비밀 프로젝트 – 테슬라 프로젝트

역사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엘런 머스크는 2006년 테슬라 블로그에 다음과 같은 비밀(?) 마스터 플랜을 올립니다.

  • 스포츠 카를 만든다
  • 번 돈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차를 만든다
  • 번 돈으로 정말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차를 만든다
  • 개발하는 차에는 배기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전기 동력 옵션을 제공한다
  • 비밀리에 진행한다

10년 전에 대놓고 이런 전략을 공개하면서 전기차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그때 하려고 한 것을 거의 이룬 셈입니다.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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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 발표장에서 앨런은 테슬라 마스터 플랜이 비밀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고 우스개 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원래 3개 모델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4개 모델이 만들어졌습니다. 블로그에 다 공개하면서 우리 둘만 아는 비밀이라고 하는 등, 엘런 머스크의 유머코드는 독특한 것 같습니다.

테슬라 프로젝트의 시작

어떻게 이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을까요? 발표 분위기가 다른 회사들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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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런 머스크는 세상이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자동차도 석유, 가스가 아닌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해야하며, 자동차의 배기가스가 사라져야 심각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때 지속 가능한 에너지는 당장은 태양광을 말하는데, 앨런은 태양광 사업을 하는 회사 솔라시티를 테슬라 이전에 창업했습니다. 솔라시티에서 개발한 태양광 기술과 배터리 관련 기술이 테슬라 자동차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테슬라 자동차 개발의 역사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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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는 2008년에 로드스터라는 최초의 전기 스포츠카를 출시했습니다. 이 차는 약 11만 달러(1.3억)나 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2400대 가량 팔렸습니다. 2인승이며 최고 속도는 209km/h로 슈퍼카 중에는 낮지만 가속 성능이 뛰어나서 당시 페라리, 포르쉐 등의 슈퍼카를 능가했습니다. (주행가능거리 394km, 0-97km/h 가속시간 3.7초)

엘런은 이 차를 만들 때  ‘전기차는 못생기고, 느리고, 힘이 약하다’는 편견을 깨려고 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전기차라는 말에 골프 카트나 우유 배달 차만 연상할 때 웬만한 슈퍼카를 능가하는 전기차를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로드스터는 전용 배터리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막대한 비용을 절약하고자 노트북에 사용하는 18650 배터리를 적용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모델 S도 동일). 이 배터리는 대량 생산 가능한 안정적인 제품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기차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습니다. 테슬라는 고출력 문제 등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고 18650 배터리로 고성능 전기차를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모델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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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전기차 시장 최초의 럭셔리 세단(지붕이 있는 일반형 차) 모델 S가 출시됩니다. 모델 S는 로드스터에 비해 생산량을 늘리고 상대적으로 덜 비싼 고급차 시장을 목표로 합니다. 모델 S는 지금도 판매중인데 출시 후  2014~2017년 까지 사양이 조금씩 업그레이드된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판매 중인 제품 기준으로 모델 S의 주행 가능 거리는 400~640km, 최고 속도는 250 km/h, 0-97km/h 가속 시간은 4.3~2.3초로 가속 성능이 이전의 스포츠카 모델인 로드스터 보다도 뛰어납니다. (모델S 추가정보 링크)

하지만 모델 S의 가격은 상당히 높아서 현재 한국 가격으로 모델에 따라 1억~1억 4천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합니다(미국 기준 69,500~100,000 달러). 이정도 가격대의 차를 사는 사람들은 보통 여러 대의 차를 소유하고 필요에 따라 다른 차를 타는 사람들입니다. 일반 차도 있으면서 특별한 느낌의 전기차를 하나 더 사는 식이죠. 차 크기도 한국의 일반 차보다 훨씬 크고 여러 측면에서 온가족이 타는 차를 살 때 고민하는 모델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모델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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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테슬라가 만든 제품은 모델 X 입니다. 모델 X는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문(팔콘 윙 도어)으로 유명합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주차할 때 보통 차보다 공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문이 접힌채로 올라가고 그 다음 펼쳐져서 좁은 주차 공간에도 문제 없다고 합니다. 모델 X는 좌석이 2~3열로 구성되고 옵션에 따라 성인 5~7명이 탈 수 있습니다. 아이와 가족들이 좁게 열린 차 문으로 고생하지 않고 활짝 열린 문으로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소개합니다. (모델X 세세한 디자인 참고 링크)

모델 X는 2015년에 출시된 테슬라의 SUV 라인에 해당하는 차입니다. 시작 가격은 83,000 달러로 약 9,700만원 수준입니다. 주행 가능 거리는 353~465km, 0-97km/h 가속 시간은 6.2~2.9초, 최고 속도는 250km/h 입니다. 재미있게도 사람과 짐을 여유있게 실을 수 있는 SUV 차가 10년 전에 나온 스포츠카(로드스터)보다 훨씬 빠릅니다.

로드스터와 모델 X 최고 사양을 비교하면 주행 거리 394 → 465km, 가속 시간 3.7 → 2.9초, 최고 속도 209 → 250km/h 로 모델X가 앞섭니다. 스포츠카를 능가하는 SUV라니 기술의 발전이 놀랍습니다. 이는 흡입,압축,폭발,배기를 거치던 기존의 화석 연료 자동차가 모터와 전기로 구동되는 단순한 구조가 되면서 기술의 발전을 바로 반영해서 차이가 생긴 것입니다. 앞으로 자동차의 성능은 모터의 성능에 따라 얼마라도 높일 수 있고 속도 경쟁이 의미가 없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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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 발표장(2016-3-31)에 초청된 참석자 모습입니다. 모델 S와 X를 구매한 사람들을 행사에 초청한 것 같은데.. 분위기가 좀 낯설게 느껴집니다. 열렬히 호응하는 청중들의 머리 색이 죄다 하얗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나이 있는 분들이 대부분 모델 S, X를 구매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차 한대 가격이 1억 2천만원 이상 하니까 한창 자리잡는 젊은 층에서 구매하긴 어렵겠죠. 그래서 우리에게 테슬라의 차가 더 멀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분들 모델3도 지르셨을까요? ㅎ)

앨런 머스크는 이 자리에 참석한 기존 구매자들에게 ‘여러분이 초기 모델 전기차를 구매해 준 금액은 모두 모델 3를 개발하는데 쓰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이야기합니다. 기업의 신제품 발표에서 이렇게 기존 구매자에게 고맙다고 하는 경우는 잘 보지 못했고, 기존에 소개한 애플 행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분위기라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앨런 머스크는 기업가보다 연구소장 같은 느낌?)

 

모델 3 발표

모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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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모델 3가 발표됩니다. 대중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전기차로 처음 선보이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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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자동차의 안정성 등급은 놀랍습니다. 기존에 가장 안전한 차로 테슬라 모델 S가 선정되었다고 했는데, 모델 3도 모든 테스트 영역에서 5점 만점을 받았다고 합니다. 테슬라는 차를 만들 때 기존 디자인을 참고하지 않고 뼈대부터 새로 디자인 했다고 하며 차에 frunk라고 하는 앞 트렁크가 있습니다. 내연기관 차에서 엔진이 있던 부분에 트렁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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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급형 차임에도 불구하고 오토파일럿 하드웨어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하드웨어’라는 단어에 주의해야 합니다. 테슬라는 완전 자율주행이 가능한 장비(카메라와 레이더 등)를 2016년 10월 이후 출시하는 모든 차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완전 자율주행을 지원하지 않으며, 법적인 문제 등으로 개발이 완료되더라도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현재 별도의 금액을 내면 미리 장착된 센서를 활성화해서 부분 자율 주행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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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7km/h 가속 시간은 6초 이하, 주행 가능 거리는 346km입니다. 모델 3는 소프트웨어로 동작하므로 최적화에 따라 주행거리와 성능 값 등은 바뀔 수 있습니다. 엘런 머스크도 성능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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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5명이 편안하게 앉을 수 있습니다. ‘편안하게’가 중요하다고 엘런은 강조합니다. 차 크기는 모델 S에 비해서 줄이면서 내부 공간은 넓게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려웠는데, 여러 가지를 고민해서 좌석 공간을 최대한 확보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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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보급형이지만 슈퍼차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 측면에서 상위 차종과 특별히 차별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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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3의 가격은 35,000 달러, 약 3900만원 수준으로 기존 모델의 1/2~1/3 수준의 가격입니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는다면 실 구매가는 더 낮아져서 충분히 젊은 층이 살 수 있는 가격입니다. 그리고 이 가격대는 차 한대로 온 가족이 사용하는 계층을 타겟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훨씬 실용적이고 일반인들이 사용하기 쉬워야 합니다.

모델 3 내부 UI

모델 3 내부 인터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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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인테리어와 사용자 인터페이스입니다. 뭔가 특별한 점을 느끼셨다면 눈썰미가 좋은 분입니다. 잘 보면 있어야 할 것이 없는데, 익숙한 운전대 앞 계기판과 대시보드가 없습니다. 대시보드와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같이 현재의 운행 정보를 보여주는 장치가 모두 사라지고 대신 중간에 있는 터치 화면에서 모든 정보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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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디자인은 사진에 있는 모델 S와도 차이가 납니다. 모델 S는 운전대 앞 계기판을 보고 운전하며 17인치 스크린을 참고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에 비해 계기판이 없는 모델 3의 내부 디자인은 ‘운전은 차가 알아서 할테니 세세하게 신경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디자인이 좋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모델 3의 디자인을 보면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운전자는 필요한 순간 운전대를 잡아야 합니다. 언제 필요한 순간이 닥칠지 모르기 때문에 테슬라 차는 운전대에서 손을 오래 떼면 운전대를 잡으라는 안내를 반복하고 자율 주행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법적으로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완전 자율 주행차가 허용되면 사람이 운전대를 잡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운전대는 사라지거나 필요할 때만 보이면 되고 차 안은 개인의 휴식 공간이나 작업 공간으로 바뀌게 됩니다. 그러면 핸들 앞에 운전자가 앉는 자동차 디자인의 기본 개념이 바뀌니 완전 자율주행차의 내부 모습은 엄청나게 달라질 것 같습니다.

마무리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서 테슬라 모델 3는 아이폰 만큼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제 대답은 ‘그렇다’ 입니다.

이미 테슬라는 2018년 말까지 판매할 40여만 대의 차량을 사전 예약 받은 상태입니다. 2020년경 완전 자율주행이 법적으로 허용되면 그 순간부터 수 백만대의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센서, 카메라 등의 하드웨어는 이미 완성 단계에 있으며 소프트웨어(AI) 개선과 법적 제도적 개선만 남아 있습니다. 테슬라 모델 3에 보인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다른 제조사들도 이 시장에 더 적극적으로 뛰어 들 것입니다.

이 모든 변화의 시작은 지금 출시된 모델 3입니다. 모델 3를 기점으로 테슬라는 괴짜 박사의 연구소 같은 이미지에서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이후 테슬라, 구글이 자율주행차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그리고 애플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흥미진진한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주요한 이벤트가 있으면 향후에도 다시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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